계란값이 천정부지다. 한 판(30알)에 3천~4천원 하던 계란값이 1만원으로 껑충 올랐다. 마트에 가면, "계란값이 많이 올랐는데 괜찮겠어요?"라고 걱정스럽게 묻기까지 한다. 중식당에서는 계란 프라이 대신 만두 튀김으로 대체한다는 안내문도 나붙었다.
소비자물가가 급등하고, 계란을 대량 소비하는 제과'제빵업계의 아우성까지 겹치자 정부는 재빠르게 미국산 계란을 수입했다. 지난달 항공편으로 계란을 수입한 업체에 정부는 한 판에 1천700원의 국민 세금을 보조해주었다. 계란 사용이 불가피한 관련 업계는 정부에 계란 함량 20% 수준인 중국산 가공 계란 수입까지 요청하고 있다.
계란값 파동의 주범은 조류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이다. AI는 거의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6일 시작된 AI는 역대급 피해를 주고 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도살처분된 닭의 숫자가 3천200만 마리를 넘었다. 전체 사육 두수의 약 20%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AI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닭을 도살처분한 것은 처음이다. 덴마크에도 AI가 발생했지만, 단 한 마리도 도살처분하지 않았다. 사전 예방과 철저한 사후 조치, 그 때문일까?
양계장은 닭공장이다. 좁은 케이지(닭장)에 갇힌 닭들은 운동 부족, 배설물과 탁한 공기 속에서 사료를 먹고 계란을 생산한다. 스트레스가 생기니 면역력이 떨어지고, 쉽게 질병에 노출된다. 항생제와 약제 사용은 필수다. AI가 발생하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경제 비용이 발생한다. 공장형 사육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스웨덴은 2002년 세계 최초로 산란계의 케이지 사육을 없앴다. 유럽연합은 2006년 동물복지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12년부터 산란계의 케이지 사육 금지 정책을 펴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케이지에서 생산된 계란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아직 100여 곳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양계 농가들이 있다. 햇살이 내리쬐는 들판에서 닭들이 흙을 파헤치고 벌레도 잡아먹는다. 닭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적으니 항생제나 약제도 필요하지 않다. 양계농들은 야생조류는 감기에 걸릴 수 있지만 건강한 닭들은 능히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무항생제 계란, 방사 유정란을 먹는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쾌적한 환경에서 스트레스 없이 키워 건강한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동물복지 축산이다. 동물이 건강해야 그 축산물을 먹는 사람도 안전하다. 우리는 광우병이 어떻게 인간을 침범했는지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이 먹는 식탁의 안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금값 계란으로 어수선한 이때,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소비자 활동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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