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매몰비용

입력 2017-02-07 04:55:09

기회비용(Opportuni ty Cost)은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다른 가치를 표시한 비용을 말한다. 선택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 된다. A와 B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A를 선택했다면 B의 가치가 기회비용이 되며 이 기회비용은 작을수록 좋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미 지출하여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매몰비용(Sunk Cost) 또는 함몰비용이라고 한다.

명절 때 가족들이나 친지들과 고스톱을 치다가 3점에서 스톱을 하지 않고 더 많은 점수를 욕심내다가 독박 5점을 뒤집어썼을 때, 따야 할 3점은커녕 5점을 잃게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려 8점이나 손해를 보는 셈이다.

무료 문화행사를 하던 서울의 어느 백화점은 예약만 해놓고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는 소비자들 때문에 유료화하는 전략을 도입했다. 예약 접수 날에 1천원을 받고 티켓을 나누어주자 무료화할 때의 30퍼센트가 넘던 예약 부도율이 10퍼센트 이하로 급감하는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그 문화행사가 수준이 높지 않고 시간을 투자하기 아깝지만, 소비자들은 단돈 1천원의 함몰이라는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매몰비용 효과는 특히 남녀 관계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별이 두 사람에게 훨씬 좋으리라 판단되지만 헤어지지 못하고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연인들은 대부분 그동안 두 사람이 같이 보낸 시간, 자신이 쏟아부은 정열, 지나간 좋은 추억 등과 같은 것이 아까운 것이다. 어치피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정이라는 함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남녀 관계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열성 지지자들은 지지를 철회해야 마땅한 사태가 전개됐지만, 그동안 쏟은 노력과 비용이 아깝고 억울해서 지지를 철회하기는커녕 더욱 광적인 지지를 보낸다. 대형마트에서도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들여 왕복 교통비와 투자한 시간을 상쇄하려는 함몰비용에 빠지는 일이 많다. 귀가 후 후회하면서 냉동실에 같은 물건을 쌓는 수가 있다. 주식투자에서 매입한 주식이 떨어지면 추가로 사서 평균매입단가를 낮추려는 것을 물타기라고 한다. 물타기를 통해서 원금을 회복하려는 본전 심리에 빠져서 함몰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몰비용에 대한 미련을 경고하는 금언이나 속담이 많다.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나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는 속담은 매몰비용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현명한 포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세상에서 손해를 보고 포기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드물다. 포기하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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