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부지 제공 미루는 롯데, 중국에 만만하게 보일 뿐

입력 2017-02-06 04:55:01

한미 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국의 차기 정부 출범 이전에 배치하기로 합의했으나,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롯데 측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사드 배치 부지로 예정된 경북 성주 스카이힐골프장 소유주인 롯데상사는 3일 이사회를 열어 부지 제공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앞서 정부와 롯데는 성주골프장과 경기도 남양주 군용지를 맞교환하기로 합의했으며, 현재 정부는 지난달 상순에 나온 부지 감정 결과를 롯데 측이 승인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롯데 측이 부지 제공 결정을 미룬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국방부는 지난 1월 중으로 교환계약이 체결된다고 했지만 무산됐다. 롯데의 미온적 태도 때문이었다. 당시 중국은 국방부와 롯데 간의 부지 맞교환 합의 직후 중국에 진출한 롯데 관련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와 위생'소방점검을 벌였다. 롯데로서는 이런 보복이 확대될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이번에 부지 제공 결정을 미룬 것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유력 대권주자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 내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유력 대권주자들의 사드 배치 반대 주장을 모른 체 할 수도 없는 노릇임은 이해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롯데 측의 이런 행태는 하나를 지키려다 둘을 잃는 것임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정부와의 합의도 합의이다. 합의 이행은 가장 기초적인 기업 윤리이다.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아무도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에 우습게 보이는 길을 자초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방부와의 합의 미이행은 롯데를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기업으로 각인시킬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드 부지가 제때에 제공되지 못했을 때 우리에게 몰아칠 후폭풍이다. 차기 정부 출범 이전에 사드 배치가 되지 않으면 사드 배치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는 기업의 이윤 논리에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 안보가 희생당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롯데는 자신을 포함한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국가가 있어야 장사도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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