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누구나 린치핀이 될 수 있다

입력 2016-12-27 04:55:09

린치핀(Linchpin). 원래는 마차, 수레에 바퀴가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핀을 가리킨다. 비유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재'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최근 지인의 추천으로 세스 고딘의 '린치핀'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사회의 톱니바퀴를 지양하고 조직의 린치핀이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평범한 인간이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달란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도마뱀의 뇌(생존만을 생각하는 부분)를 지향하기보다는 진취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시키는 일만 똑바로 하자.' 이렇게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괜한 독창적인 의견 개진으로 업무에 대한 책임만 가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결국 상사가 요구하는 부분만 충족해주면서 안정성을 얻게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능력을 스스로 제한하며 조직 내에서 중추적인 인물이 될 기회를 스스로 외면한다.

나 또한 새로운 시도가 두려울 때가 많다. 아무래도 공연예술이란 업종에 근무하다 보니 객관적인 선행 사례를 찾기 어렵다. 타 지역에서 성공한 공연이 우리 지역에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름 새로운 공연을 추진할 때는 기우가 앞선다. 경험상 비추어 봐도 올해 진행한 사업들 중 처음 시도하는 콘텐츠들의 경우 힘이 들었고 불안도 느꼈다.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극심했다. 부족한 인력과 시간 탓을 할 때도 많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늘 나를 지탱해주는 신념이 하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극장은 나의 집이다! 관객들은 내가 집으로 초대한 나의 손님이며, 상사 및 직원들은 나의 가족이다. '주어진 것에 어떤 것을 더하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을까?' 늘 동료들과 고민한다. 손님은 집에 매번 초대할 수 없기에 한 번에 좋은 인상을 남겨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바쁜 와중에 일을 만들어서 하는 경향도 있다. 힘이 부치고 화가 날 때도 많다. 하지만 나를 포기하지 않으며 전심으로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 이 조직의 린치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모두 진정한 린치핀이 될 수 있다. 평균적인 삶을 지양하며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부족한 시간을 이유로 변명하지 않으며 주어진 현실 앞에서 인내심을 갖고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성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절실한 존재'로 인식될 것이다. 2017년 정유년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 한 해는 내가 아는 모든 분들이 '린치핀'이 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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