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주의 야생화 이야기] 멋스러운 꽃, 봄을 알리는 꽃 벚꽃

입력 2016-04-27 18:40:27

4월 초면 가장 많이 듣는 노래가 있다, 봄이면 꼭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 바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다. 벚꽃은 벚나무의 꽃이라는 뜻이다. 가사를 음미해 보면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UhUh) 둘이 걸어요~"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귀가 즐거워지고 머리가 즐거워지는 중독성이 강한 노래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노랫말과 더불어 벚꽃나무에 얽힌 전설이 하나 있다.

예전 통일신라시대에 눈부시게 아름답고 자신감이 넘치는 영세라는 여자가 있었다. 어느 날 마을에 키가 크고 얼굴도 잘생기며 힘이 센 멋진 건한이라는 남자가 나타나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이들의 사랑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두 사람은 결혼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영세의 집안에서 반대가 심해 결혼할 수가 없게 되자 영세는 건한에게 이별을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 분노한 건한은 죽음으로밖에 그녀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 긴 칼로 그녀를 죽이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하늘의 신이 여자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 사방에 뿌려지는 영세의 핏방울을 분홍빛으로 바꾸고 꽃잎으로 바꾸어 봄바람에 하늘하늘 흩날리게 만들어 버렸다. 또한 그녀의 아름다운 몸은 나무로, 긴 머리카락은 나뭇가지로 바꾸어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벚꽃은 4월이 되면 잎도 없이 일찍 피었다가, 허무하게 공중에 어지러운 아름다움만을 흩뿌리게 된 모양이다. 불같이 짧은 사랑이라서 그런지 벚꽃은 10일 정도 반짝 피고 사라진다. 꽃잎이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간다. 벚꽃을 볼 때 아름다운 꽃잎만 볼 것이 아니라 나무줄기를 유심히 관찰해 보라.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에 몸이 베인 듯, 벚나무 줄기를 보면 무수히 많은 가로의 칼집 결을 갖고 있다.

벚꽃하면 일본 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벚꽃은 일본 국화가 아니다. 일본 황실의 상징이 국화일 뿐 법으로 정해진 일본의 국화는 없다. 실제 '벚꽃의 원산지는 한국의 제주도'(2005년 산림청)라는 발표가 있었다. '일본에서도 널리 재배하는데 그 원산지가 제주도로 알려져 있다.'(1939, 일본 조선 산림식물원).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제주왕벚나무와 일본 벚나무가 다른 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한국의 왕벚나무를 일본의 소메이요시노(ソメイヨシノ)와 구별하는 명칭이 없지만, 소메이요시노도 왕벚나무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 왕벚나무의 자생지는 제주도이나 일본의 소메이요시노는 접목하지 않으면 발아하지 않고, 자생하지 않으므로 다른 종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프랑스 신부 에밀 타게가 일본 내에서 찾지 못한 자생지를 제주도에서 찾아내 채취한 벚나무를 베를린 대학에 보내 제주도가 자생지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자생하고 있는 벚나무의 종류가 많고 벚나무의 일차적 원산지는 히말라야로 여겨지므로 비단 왕벚나무 하나만으로 벚나무의 기원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벚나무의 기원에 대한 견해는 그렇다 하더라도 벚나무의 이름은 버찌의 옛 이름인 '멋'이 '벚'으로 변해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고려시대 팔만대장경판은 60% 이상이 산벚나무로 만들어졌음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또한 벚나무의 껍질은 화피(벚나무 껍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활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물자였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중 갑오년(1594) 2월 5일자에도 "화피 89장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화피는 활을 만드는 데 쓰였으므로 평안도 강계도호부(平安道 江界都護府)와 함길도(咸吉道) 등에서는 공물로 국가에 바쳤음이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서양에서 벚꽃은 일반적으로 봄, 처녀의 상징으로 순결의 의미가 있다. 봄처럼 태어나라, 봄처럼 깨어나라라는 말처럼 봄과 꽃, 봄과 벚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다. 멋스러운 꽃, 벚꽃이야말로 봄을 알리는 진짜 꽃이다. 독자들께서는 벚꽃이 지기 전 멋스러운 꽃구경을 다녀 오셨는지…. 벚꽃아, 멋스러운 꽃아!

▨ 이번주부터 '박선주의 야생화 이야기'를 싣습니다. 필자는 영남대 생명과학과 교수로서 야생화 전문가 입니다. 또 한국식물분류학회 이사이며, 한국환경자연보전협회 대구'경북지부장 및 이사이기도 합니다. 저서로는 '식물은 어떻게 자랄까' '압량벌에 핀 야생화' '알쏭달쏭 열매 수수께끼' 외 다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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