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애별리고'(愛別離苦)

입력 2015-12-19 02:00:01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아픔'이란 의미를 지닌 '애별리고'(愛別離苦)란 뜻은 많은 분이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머니 배 속에서 열 달을 보내고 세상에 나와 첫울음을 터트리면서 만남을 시작합니다. 해산을 도와주는 산파와 간호사나 의사, 기진맥진 상태에서도 아이의 첫울음에 기쁨으로 감동하는 산모, 그리고 가족들 등.

사람의 만남은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친지들, 친구, 점점 커가면서 더 많은 사람과 만나게 됩니다. 세상은 사람과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기에 만남이란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 자체가 인간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집집마다 애견 기르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어 삶이 꼭 인간관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대화로 소통하고 경제활동 속에서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형태를 말씀드리는 것이지요. 부모 자식과 형제 자매, 친구, 그리고 서로 국적이 다르더라도 인류는 사람과의 관계로 시작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태어나고 자라다 보니 생각이나 행동도 각각의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 마음을 알아주는 똑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쌍둥이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것처럼 똑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처럼 세상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서로 소통하며 많은 것을 이루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모든 만남도 잠시 잠깐이고 영원으로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성인이 되면 부모와 이별을 하고, 친구들도 잠시 서로 소통할 뿐 시간이 다하면 헤어져야 합니다. 부부 사이에도 늘 함께 살아가지는 못합니다.

'애별리고'는 불교에서 말하는 팔고(八苦) 중의 하나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여덟 가지 고통 중 한 가지에 해당하는데요. 여덟 가지 고통을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생'로'병'사'로 생명 근원적인 네 가지 고통이 있습니다. 생고(生苦)는 '태어나는 고통'을 뜻하고, 노고(老苦)는 '늙어가는 고통'을 말하며, 병고(病苦)는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며, 사고(死苦)는 '죽음의 고통'을 말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네 가지 고통, 즉 애별리고(愛別離苦)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고통'이며, 원증회고(怨憎會苦)는 '미워하는 사람을 보면서 만나는 고통', 구부득고(求不得苦)는 '구하려고 노력해도 구할 수 없는 고통', 오음성고(五陰盛苦)는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다섯 가지의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에서 오는 고통을 말합니다.

이 여덟 가지 고통은 인간이면 사는 동안에 누구나 겪어야 합니다. 또 이 모든 고통은 모든 생명에게 아픔과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가장 큰 아픔과 상처로 남아 죽는 날까지도 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애정이 쌓인 관계는 무엇보다도 집착을 낳게 하고, 영원성을 부여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 이 아픔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는 것이 어찌 그리되나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이별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2015년 을미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이맘때면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다'는 생각에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여러분도 어쩌면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실지 모릅니다. 남아있는 시간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기 전,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 해가 이토록 번갯불같이 지나가는 것처럼 언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마주하게 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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