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통신] 빨대효과의 폐단

입력 2015-11-06 01:00:10

최근 각종 지표에서 우려했던 세종시의 빨대효과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분기 지가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토지가격은 3분기까지 2.7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 상승률 1.67%를 상회하는 수치다. 반면 대전(1.97%)과 충남(0.98%), 충북(1.43%) 등 세종시 인근지역 토지가격 상승률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거래량을 보면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세종시 토지 거래량은 3분기까지 122.1% 늘어난 반면, 충남은 11.9%, 충북은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대전의 토지 거래량은 전국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5.3% 감소했다. 세종시 쏠림현상으로 부동산거래가 '뚝' 끊기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인구 유입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정부세종청사 출범 이후 지난 8월까지 세종시로 유입된 인구 전출 분석에 따르면 대전에서 무려 4만5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세종으로 몰렸다. 토착민까지 포함한 세종시 인구가 20만 명이 조금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전 사람들이 세종시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충남 공주도 같은 기간 전체 전출 인구 중 14%가 세종시로 쏠렸고, 청주 3%, 천안 1%도 세종에 안착했다. 결과적으로 충남의 총 전출인구 가운데 11%, 충북의 10%가 세종시 러시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세종시에 거주하는 비충청권 출신 인사들은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켜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려는 시도와는 무관하게 거대한 충청권 도시가 하나 생겨났다"고 입을 모은다.

행정도시가 거대 충청 도시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교육문제가 특히 그렇다.

서울에서 이주해 온 학부모들은 자녀가 충청도 사투리를 쓰기 시작했다며 볼멘소리다. 가르치는 선생님도,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충청권 출신이기 때문에 이들과 소통하는 사이 토속 언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됐기 때문이다. 세종시로 이주한 지 3년 된 초등학교 4학년의 한 학부모는 "하루는 자녀에게 '숙제했니'라고 물어보니 '했슈~'라는 대답을 들었다. 대답을 듣는 순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건 아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결혼도 힘들다. 미혼 공무원들의 연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총각'처녀 공무원들을 만날 때마다 "어디 좋은 배우자감 없느냐"고 종용받기 일쑤다. 미혼 공무원 문제가 심각해지자 올해 초 세종시가 직접 나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단체 만남을 주선했다. 당초 남녀 각각 20명씩 40명 모집을 계획했으나 모집 결과 두 배가 넘는 83명이 신청, 참여 인원을 74명으로 늘리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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