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실신

입력 2015-08-12 02:00:00

대·소변 너무 힘주지 마세요…그러다 쓰러집니다

실신은 머리로 피가 가지 않아 의식을 잃는 것을 말한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혹은 느리게 뛰거나 일시적으로 혈압이 낮아져 뇌에 혈액 공급이 충분히 되지 않으면 기절하게 된다. 이는 뇌에 혈액공급이 잘 되는데도 의식을 잃는 간질이나 경련과는 전혀 다르다. 실신은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수십 초 내 저절로 의식이 회복된다.

실신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 때문에 여러 검사를 해도 원인을 잘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뇌파 검사와 머리 MRI 검사뿐만 아니라 심전도 검사와 가슴 X-선 검사, 심장 초음파검사,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24시간 생활 심전도 검사, 기립경사도 검사 등 복잡한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대신 실신을 하던 상황과 시간, 과정을 잘 살펴보면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자율신경 이상으로 실신

같은 자세로 너무 오래 서 있거나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놀라면 실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신의 가장 흔한 유형인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다.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긴장으로 인해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기는 게 원인이다.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 박동이 느려지면서 혈압이 갑자기 낮아지고,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다. 실신하기 전에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리거나 피부가 창백하고 축축해진다. 마치 터널 속에 있는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며 식은땀을 지나치게 흘리기도 한다.

미주신경성 실신이 나타나는 경우도 다양하다. 조회를 하다가 기절하거나 쓰러지진 않지만 주저앉기도 한다. 몸이 넘어가는 걸 알면서도 말을 듣지 않는다. 병원 응급실에서 소독약과 피 냄새를 피해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지기도 하고, 장마철에 만원 버스에서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움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기도 한다. 심지어 화투를 치다가 너무 좋은 패를 잡아도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누워 있거나 앉아있다가 일어서면 갑자기 혈압이 낮아져 쓰러지는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실신도 있다. 누워 있거나 앉아있을 때는 혈압이 잘 유지되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순간적으로 혈압이 떨어지고 뇌에 혈류량이 줄어드는 경우다. 소파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난 뒤 쓰러지거나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가다가 의식을 잃기도 한다. 심한 다이어트 후에 쓰러지는 경우도 있고, 공복에 목욕을 두어 시간가량 하고 나오다가 어지러워 주저앉는 사례도 있다. 전립선약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혈압으로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다가, 전립선약을 함께 복용했을 경우 혈압이 너무 낮아져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기지개를 몇 번 하고 천천히 일어나거나 혈압약을 줄이면 도움이 된다.

◆급한 배뇨나 심장 질환도 실신 일으켜

중학생 이모(15) 양은 올해 초 학교 체육시간에 운동을 하다가 쓰러졌다. 체육대회 준비를 위해 반 친구들과 줄다리기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은 것.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던 이 양은 구급차를 타고 가던 중 정신이 들었다. 이 양의 엄마도 체력장을 치르며 철봉 매달리기를 하다가 쓰러진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양은 일반 심전도 검사로는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하다가 하루종일 심전도를 연속 측정하는 검사를 한 끝에야 심장에 이상을 발견했다.

이 양처럼 갑작스럽게 격한 운동을 하다가 기절하거나, 엎드리거나 누운 상태에서 심장에 이상을 느꼈다면 심장 질환으로 인한 실신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족이나 친척 중에 돌연사한 사람이 있다면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간헐적인 심장 박동 이상은 일반 심전도 검사로는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는 비교적 규칙적으로 심장이 뛰다가 갑자기 심장이 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24시간 생활심전도 검사'가 도움이 된다. 24시간 동안 일상생활 중에 심전도를 연속 측정하는 검사다.

급하게 소변을 보다가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 배뇨 실신이다. 맥주나 막걸리를 마시고 소변을 오래 참다가 급하게 서서 소변을 보다가 쓰러지는 경우를 말한다. 배뇨 실신은 서서 급하게 소변을 보는 남성에게 생긴다. 소변을 오래 참다가 급하게 보기 위해 힘을 주다 보니 혈액이 심장으로 잘 돌아오지 못해 쓰러진다. 소변을 오래 참았을 때는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급하게 대변을 보다가 실신하는 배변 실신도 있다. 배변 시 심한 통증이 있을 때 배에 힘을 주면 복압이 올라가면서 아래대정맥이 막히며 기절하는 경우다. 여성 환자가 많은 점도 특징이다. 배변하다가 실신하는 경우가 잦다면 앉아서 머리를 양 무릎 사이로 내리거나, 누운 채 다리를 올려야 한다. 몸을 조이는 옷은 느슨하게 풀어주고 머리를 돌려 혀가 기도를 막지 않도록 한다.

조용근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수십 번 기절을 한 경험이 있지만 한 번도 다친 적이 없거나, 혼자 있을 때는 한 번도 쓰러진 적이 없는 경우, 쓰러질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억지로 참다가 도움을 요청했다는 이들은 가짜 실신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대로 홀로 있을 때도 자주 쓰러지고 다친 적도 있다면 진짜 실신일 공산이 크므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조용근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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