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공자가어(孔子家語)

입력 2014-07-19 08:00:00

공자의 언행·제자들과 문답 재미있게 정리

이 책은 공자의 언행 및 제자들과의 문답을 정리한 것이다. '논어'와 비슷하지만 서술이 조금 더 자세하고, 공자의 일화와 교훈이 되는 말이 많아 재미있다. 삼국시대 말기인 350년쯤 왕숙이 공자의 12세손 공안국의 이름을 빌려 위작(僞作)한 것이다. 모두 10권 44편이다. '춘추좌씨전' '국어' '맹자' '순자' 등 여러 책에서 자료를 뽑아 만들었다. '한서'의 '예문지'에 이 이름의 책이 기록되어 있어(지금은 전하지 않는다.) 왕숙이 이를 증보, 재편집했다는 설도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 몇 가지를 들어 본다.

공자가 제나라에 갔을 때 길을 가는데 어디서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달려 가보니 한 남자가 울고 있었다. 연유를 물으니 그 남자는 "세 가지 실수를 저질러도 모르고 살다가 이제야 깨달아 후회 막심하여 웁니다. 젊었을 때 공부한다고 돌아다니다 집에 와 보니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라서 후회스럽고, 제나라 군주를 섬겼는데 군주가 교만하여 절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평생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했는데 지금 제 곁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나무가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세월은 가면 다시 오지 않고, 부모님은 돌아가시면 다시는 뵐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고는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오늘 보고 들은 것을 잘 기억해 두라고 일렀다. 그 후 공자에게 작별을 고하고 부모를 모시기 위하여 집으로 돌아간 제자가 13명이나 되었다. (치사편'致思篇)

공자의 옛 친구 중에 원양이란 자가 있었다.('논어'에도 나온다). 그 친구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들은 공자는 관(棺)을 부조하려고 했다. 그러나 제자인 자로가 "선생님께서는 자기만 못한 사람과는 사귀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라고 했다. 하지만 공자는 관을 보내고 문상하러 갔다. 가보니 원양이 관 위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숨어서 듣고 있던 공자는 모른 척하고 돌아왔다. 자로가 "그자와 그래도 친구로 지낼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어떤 사람이 되었든 피붙이는 피붙이이고, 친구는 친구일세"라고 하였다. (굴절해편'屈節解篇)

공자가 태산 옆을 지나는데, 여인의 슬픈 울음소리가 들였다. 제자를 시켜 연유를 물어보게 했다. 여인은 "시아버지와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가 죽고, 이제 아들마저 물려가 죽었습니다"라고 했다. 제자가 그럼 왜 여기를 떠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여인은 "여기가 세금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정론해편'正論解篇)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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