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안씨가훈(顔氏家訓)

입력 2014-05-10 08:00:00

우리는 '가훈'이란 말을 많이 쓰고, 또 그 의미도 잘 알고 있다. 이 책도 '안씨' 집안의 가훈에 대한 내용이다. 다만 가훈이라 하여 짤막한 문구나 문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손들이 난세에 살아가는 데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경험과 교훈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교자(敎子'자녀교육), 치가(治家'집안을 다스림), 풍조(風操'마음 가짐), 지족(止足'분수를 지킴), 계병(誡兵'군사일에 관여하지 않음), 양생(養生'섭생) 등 모두 20편이다.

이 책은 590년쯤 중국이 혼란과 동란을 겪은 위진남북조 시대의 한 지식인으로서 자손에게 남긴 인생의 교훈, 생활의 지침을 담았다. 안지추(顔之推)가 지었다. 당시 중국에서 북쪽은 북방 이민족이 내려와 여러 왕조를 세웠고, 남쪽은 한족이 또 여러 왕조를 세웠는데, 짧은 기간 왕조의 명멸이 이어져 사회 혼란이 계속되었다. 그 속에서 유교적 교양인으로 살다 간 안지추는 삶을 성실히 살았다. 그 경험을 자손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도 인생살이에 참고가 되는 내용이 많이 있다. 몇 가지 교훈을 들어 본다.

▶교자

자식을 교육할 때 예절 교육이 중요하다. 그래야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할 줄 알게 된다. 2, 3세가 되면 매를 들 수도 있다. 지금 세상을 보면 '식사 예절'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고 부자 관계는 너무 친해도 안 되고, 예가 너무 엄격하여 사이가 소원해도 안 된다. 요즘 세상에 아이들이 부모를 공경하지 않고 친압(親狎'너무 친해 예의가 없음)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자녀를 사랑하는 데 공평하게 해야 한다. 어리석고 재능이 모자란다고 다른 자식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치가

아버지가 자애로워야 자식이 효도한다. 형과 아우, 남편과 아내 관계도 마찬가지다. 감화는 위에서 내려가므로 윗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남에게 베풀 때는 오만하지 말고 검약하면서도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보통 여성은 사위는 귀여워하고 며느리는 미워하는 경향이 있다. 어머니가 사위만 귀여워하면 아들의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머니가 며느리를 괴롭히면 그 집 딸들도 그렇게 한다. 이쯤 되면 여성은 죄인이 된다. 모두 어머니 탓이다.

결혼은 상거래가 아니다. 요즘 부모의 지위나 재산을 가늠해 보고 유리한 쪽을 택하려 하는 것은 상거래와 마찬가지다. 버릇없는 며느리와 사위가 생기는 것은 여기서 비롯된다.

▶풍조

이별은 쉬워도 만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이별을 소중하게 여겼다. 중국 강남 지방에는 이별의 선물로 눈물을 흘리며 인사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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