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 선'후배들에게 처음 본 웹툰을 물어봤다. 하나같이 2003년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연재된 강풀의 '순정만화'를 꼽았다. 사실 난 그전부터 그의 웹툰을 봤다. 강풀의 초창기 만화부터 본 사람이 가장 열광한 것은 '변'과 토사물로 점철되는 '더러운 만화'였다. 강풀은 어디서 '큰일' 보다가 벌어진 일, 술 먹고 토하다 벌어진 일 등을 만화로 그려서 자기 홈페이지에 올렸다. 소재도 더럽고 그림체도 예쁘지 않았지만 뭔가 자꾸 읽게 만드는 매력에 나는 그의 홈페이지를 매일 같이 접속했다.
그때 이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10대 때도 보지 않던 만화를 열심히 챙겨보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강풀, 메가쇼킹만화가, 감자도리, 마린블루스 같은 유명 웹툰 홈페이지 주소를 외우다시피 했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들도 웹툰 연재를 시작했다.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웹툰이 올라오는 날 아침은 왠지 모를 설렘도 있었다. 친구들끼리도 "어제 다음에 그 웹툰 봤어?"라며 묻기도 하고, "내가 어제 네이버 웹툰에서 무슨 만화를 봤는데…"라며 자기가 본 만화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떤 친구들은 "난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라는 웹툰에 나온 대사를 패러디해 SNS에 올리기도 한다. 최근에 버스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어깨를 들썩이며 키득거리기에 왜 그런가 곁눈질을 살짝 해 봤더니 아니나다를까 네이버 웹툰 '역전 야매요리'를 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웹툰은 다양한 소재와 접근의 편리성으로 날 사로잡았다. 웹툰의 장점 중 하나는 일하다가 몰래 보더라도 크게 티가 안 난다는 점이다. 요즘은 스마트폰 덕분에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키득거리는 사람들이 늘었다. 한 선배는 "안 그래도 지루한 일상 속에서 버스나 지하철 타고 가다 웹툰 한 편 보고 나면 뭔가 일상이 신선해진다"며 "그래서 그런지 '노블레스'와 같은 판타지를 다룬 웹툰이 내 취향이 되더라"고 했다.
소재도 다양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것도 웹툰에 빠지게 된 이유다. 자신의 일상을 색다르게 비틀어보는 일상툰이나 생활툰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가 많다.
조석의 '마음의 소리'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일상을 엽기적으로 비틀어서 웃음을 준다. 2006년부터 시작한 이 만화가 최근 800회를 넘겼다. 군 제대 후 곧 복학하는 후배는 순끼의 '치즈인더트랩'과 같이 대학생활과 대학생의 연애를 다룬 웹툰을 좋아한다고 했다. 가벼운 그림체라 할지라도 몇몇 웹툰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습기자 시절 출근 보고 이후 짬을 내서 봤던 김규삼의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형사계 소파에서 남들 몰래 웃음을 참으며 읽은 웹툰이었다. 하지만 이 만화를 읽는 내내 나는 '자본주의는 착해질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계속 갖게 됐다. 어떤 후배는 윤태호의 '이끼'나 '인천상륙작전'처럼 그림체나 주제 모두 무게감 있는 작품을 좋아하기도 한다. 정말이지 다양한 취향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웹툰이다.
다양한 이야기와 스마트폰으로 더 좋아진 접근성까지, 웹툰이 가진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나는 이번 토요일 아침에도 늦잠을 자고 눈을 뜨자마자 네이버 웹툰 애플리케이션을 켜 '역전 야매요리'를 읽는 것으로 토요일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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