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알자] 만성 폐쇄성 폐질환

입력 2011-10-17 07:26:31

하루 한갑이상 흡연 '헤비 스모커' 증상없어도 검사받아야

'만성 폐쇄성 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은 숨 쉴 때 폐로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인 기관지가 좁아지고, 이 기관지 끝에 달려 있는 폐포(허파꽈리)가 손상돼 숨쉬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대부분 천식, 해소, 만성 기관지염 등으로 불렸기 때문에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아직 낯선 병명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11월 셋째 주 수요일을 'COPD의 날'로 정해 홍보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대한결핵'호흡기학회 주관으로 매년 11월 '폐의 날' 건강 캠페인(올해는 11월 6일)을 펼치고 있다.

◆환자 사례

최문규(가명'79) 씨는 10여 년 전에 이미 만성 폐쇄성 폐질환 제3기 진단을 받았다. 가벼운 운동을 해도 호흡이 가빠오고 기침이 멈추지 않았으며 가래가 끓었다. 결국 대학병원 호흡기내과에서 폐기능 검사를 한 결과, 제3기 진단을 받았다.

하루에 담배 한 갑씩 40년 이상 피웠던 최 씨는 진단이 내려진 뒤에도 담배를 완전히 끊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일 년에 한 번씩 급성 악화가 와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6년간 치료받던 중 급성 악화로 다시 입원했고, 동맥혈가스 검사를 한 결과 동맥혈 산소포화도가 87%로 측정돼 산소치료를 시작했다. 지금은 가정에서 산소치료를 하며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조창희(가명'76) 씨는 5년 전부터 운동할 때마다 호흡곤란 증세를 겪었다. 병원에서 만성 폐쇄성 폐질환 제2기 진단을 받았다. 20여 년 전 폐결핵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조 씨는 폐의 호흡음이 크게 줄어있었다. 그만큼 폐 기능이 떨어진 상태. 하루 한 갑 반 정도 30년가량 담배를 피웠다가 몇해 전부터 금연을 했다. 기관지확장제 계열의 약물치료를 시작했고 다행히 급성악화는 없었다. 지금까지도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흡연자는 특히 조심해야

2005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45세 이상 성인의 17.2%, 65~75세의 35%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대한결핵호흡기학회가 국내 9개 대학병원의 1997~2006년 입원환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06년 입원환자는 1천862명으로 1997년 1천251명보다 49%나 늘었다. 특히 60세 이상 환자가 전체 환자의 86%를 차지했다. 고령층 인구 증가를 감안하면 환자는 갈수록 더 늘어날 전망.

기관지는 위가 굵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가늘어지는 파이프로 생각할 수 있다. 작은 기관지 끝에는 폐포가 풍선처럼 달려 있다. 기관지와 폐포는 탄력이 매우 좋아 숨을 들이마실 때는 공기가 가득 차 늘어나고, 내쉴 때는 약간 좁아진다.

숨이 차는 원인은 ▷기관지벽 점막의 염증 때문에 기관지벽이 붓거나 두꺼워지고 ▷가래가 많이 생겨 기관지를 막고 ▷기관지나 폐포의 탄력이 떨어지며 ▷여러 폐포 사이의 막이 파괴되면 폐포로 공기가 드나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원인으로는 흡연이 가장 크다. 약 90% 이상이 흡연과 관계 있다. 보통 하루 한 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대기오염의 주요 인자인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도 원인이 되며 직업상 발병률 차이도 있다.

◆주기적인 폐 기능 검사 필요

일반적으로 증상은 폐 기능이 상당히 떨어진 후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악화된다. 폐 기능이 50% 이상 감소하기 전에는 기침, 가래 등만 있기 때문에 감기로 생각하고 그냥 지내는 경우가 많다. 병이 점차 진행됨에 따라 숨쉬기가 어려워지는데, 이때는 이미 폐 기능이 50% 이상 감소한 뒤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게 된다.

심하면 걷기는 물론 요리를 하거나 화장실 가는 것도 어렵고, 체중이 계속 줄기도 한다. 숨 차는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심한 상태다. 폐 기능은 한 번 손상되면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가끔씩 증상이 급격히 심해지는 것을 급성 악화라고 한다. 급성 악화가 발생하면 폐 기능은 더욱 떨어지고, 체중은 더 줄게 된다. 이때 중증 환자들이 숨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예방과 조기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이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인 폐 기능(폐활량)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기침이나 가래가 있고 오랫동안 담배를 피웠거나 기관지를 자극하는 물질에 노출돼 있다면 반드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특히 매일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거나 과거 담배를 피웠던 사람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꼭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 기능 측정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진단 방법이다. 매우 간단하고 쉽게 측정할 수 있다. 특히 폐 기능을 측정하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라도 진단할 수 있어 조기에 질환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 10~20분 정도면 검사를 마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및 폐렴 예방 접종해야

아직 치료방법이 없다. 이미 손상된 기관지나 폐포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방법은 없다. 치료 약제들은 주로 기관지를 확장시켜 호흡을 도와주고, 기관지 내 염증을 줄이는 데 쓰인다. 합병증도 곧잘 생긴다. 가장 흔한 것이 호흡기 감염. 감기나 독감에 쉽게 걸리며, 일단 걸리면 오래가거나 폐렴으로 쉽게 진행된다. 또 심장이 나빠지기도 하며 폐암 발병률도 높다.

수술을 해야 할 경우에는 종종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전신마취는 폐를 이용해야 하는데, 폐 기능이 많이 감소된 상태이므로 수술 후에는 중대한 호흡기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 심지어 수술 자체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대상자다. 인플루엔자의 특성상 가장 흔한 합병증이 폐렴이기 때문. 매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예방접종 역시 필수다. 폐렴 예방접종도 따로 받는 것이 좋다.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 중 가장 흔한 폐렴사슬알균에 대한 예방 조치. 폐렴 발생을 70%가량 줄일 수 있다.

영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이관호 교수는 "기관지와 폐포가 심하게 손상되기 전에는 감기 증상 정도만 나타나기 때문에 대다수는 상당히 악화된 뒤에야 발견된다"며 "담배를 끊고, 약을 복용하며 꾸준히 운동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제공=대구경북권역 호흡기전문질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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