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축구와 야구

입력 2011-10-01 08:00:00

스포츠 팬들의 오랜 논쟁 거리 중 하나가 야구와 축구의 우월성에 관한 문제다. 국제경기가 끝나고 나면 축구가 좋은지, 야구가 좋은지를 놓고 인터넷에서 설전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축구와 야구의 장단점을 비교해 가며 논리적인 주장이 쏟아지지만, 결국 평행선만 달리다가 육두문자로 끝나는 게 보통이다. 자기주장만 할 뿐,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일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결론이 있을 수 없다. 축구와 야구, 둘 다 나름의 장점이 있는데 우월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축구와 야구의 차이를 비교한 유머가 있다. 1. 축구는 세계대회에서 16강에만 들면 원이 없겠다고 하고, 야구는 세계대회에서 16강에만 들면 욕먹는다. 2. 축구는 공이 그물에 걸리면 골이라고 환호하고, 야구는 공이 그물에 걸리면 파울이라고 김빠져 한다. 3. 야구는 홈런을 날리면 평소보다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지만, 축구는 골을 넣으면 평소보다 빨리 그라운드를 달린다. 4. 축구는 3부 바지 입고 하고 야구는 10부 바지 입고 한다. 5. 축구는 응원 열심히 하면 애국자 같고, 야구는 응원 열심히 하면 백수 같다.

한국에서는 현재 프로야구가 전성기를 맞은 것 같다. 야구는 9월 중순 한 해 관중 600만 명을 가볍게 돌파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축구계에서는 프로야구의 운영 방식과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는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근본 대책이 없는 것 같다. 유망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만 하면 외국으로 가버리니 국내 리그는 계속 하향 곡선을 긋고 있다. 야구의 경우 미국 메이저리그의 추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에서 뛰고 있으니 관중 동원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프로야구는 출범 때부터 지역연고제로 단숨에 인기몰이를 했다. 프로축구는 1996년부터 지역'도시연고제를 채택했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프로야구에 도입했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고향을 사랑하고 동향 출신 스타를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올가을에 대구에서 한국시리즈를 볼 수 있게 돼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는 이들이 많다. 포항에도 야구장이 건설 중인데 2012년 하반기부터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이래저래 야구가 좋아지는 계절인 모양이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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