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고독'하십니까

입력 2011-06-06 08:00:00

마음의 문은 손잡이가 안쪽에만 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문 바깥에서는 그 문을 열 수 없다고 한다. 누군가 도와주려고 다가와도 문을 두드리기만 할 수 있을 뿐, 결코 열 수는 없다. 바깥 세상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에 꽉 찬 사람의 문은 늘 굳게 잠겨져 있어 스스로 열지 않고서는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 우리는 늘 마음의 문을 열어 두어야 한다. 마음의 문을 열고 있으면 사람들도 나에게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자신도, 남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우리 내면이 자유롭고 편안해진다.

'내면아이'는 심리학에서 쓰는 용어이다. 어린 시절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성인이 되었을 때 그 내면에 성장하지 못한 '상처받은 아이'를 안고 사는 것을 뜻한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다 보면 온갖 일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럴 때 숨어버리거나 회피한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 '내면아이'는 치유를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갈망을 가지고 상처와 화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닥뜨리는 온갖 문제와 당당하게 맞서야 치유될 수 있다.

"골목에서 옆집 아주머니와 맞닥드렸다." "두 사람이 그곳에서 맞닥들인 것은 실로 운명이었다." "막상 이런 일에 맞닥뜨리고 보니 아무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전혀 숨을 곳이 없을 절박한 위기에 맞닥트리게 될 것이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맞닥드렸다' '맞닥들인' '맞닥뜨리고' '맞닥트리게'에 대해 알아보자. 갑자기 마주 대하거나 만나다, 좋지 않은 일 따위에 직면하다라는 뜻으로 '맞닥뜨리다'라는 단어가 있다. '맞닥뜨리다'는 '맞닥트리다' '맞다닥뜨리다' '맞다닥트리다'로 쓸 수 있지만 '맞닥드리다' '맞닥들이다'는 잘못된 표기이다.

인간이면 한 번쯤 누구나 '고독'에 빠질 때가 있다. '고독'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을 뜻하며 "무표정한 얼굴이 무척 고독해 보인다."로 쓰인다. '고독'은 높은 정신세계를 가진 고등 동물에게만 존재하기에, 인간이면 누구나 숙명적으로 고독하다. '고독'은 우리 인간의 한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어느 누구도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없는 홀로 있음의 자리이다. '고립'은 '고독'과는 다르다. '고립'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어 사귀지 아니하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외톨이가 됨을 뜻하며 "폭설로 우리는 마을로부터 며칠째 고립돼 있었다." "인간은 사회로부터 고립하여서는 살아 나갈 수 없다."로 쓰인다. '고독'은 홀로 있어도 열려 있지만, '고립'은 함께 있어도 막혀 있는 것이다. '고독'은 세상 한복판에서도 고요하지만, '고립'은 고요 속에서도 혼란스럽다.

여러분은 지금 '고독'하십니까 아니면 '고립'되어 있습니까? 이번 한 주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교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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