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전 감독 사퇴 배경 논란
선동열 전 감독의 '용퇴'냐 '경질'이냐.
전혀 예상치 못한 삼성 라이온즈의 감독 교체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역대 삼성 감독 대다수가 깜짝 등장했다 갑자기 물러났다. 이번에도 선 전 감독이 '자진사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삼성그룹 특유의 인사 스타일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깜짝 감독 교체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팀을 정규시즌 2위에 올려놓은 감독이 교체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더욱이 선 전 감독은 지난해 말 삼성과 5년간 총액 27억원에 재계약한 상태라 '용퇴 의사를 밝혔다'는 그의 말은 믿기 힘들다. 류중일 신임 감독까지 삼성의 감독 선임은 의외가 많았다.
삼성은 1997년 건강상 이유로 백인천 감독이 물러나자 감독대행에 조창수 수석코치를 선임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3패로 아쉬운 패배를 했지만 조창수 감독대행이 차기 감독에 선임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삼성은 뜻밖에 서정환 수비코치를 감독으로 발탁했다. 1982년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으나 첫 시즌 뒤 해태로 이적, 1994년까지 선수와 코치로 재직했던 서 감독의 선임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당시 삼성은 우승에 목말랐고, 결국 현역 시절과 코치 시절 우승을 많이 해본 해태에서 활동한 서 감독을 내부승진하게 됐다"고 했다.
2000년 시즌 후에는 18년간 해태의 지휘봉을 휘두른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을 전격적으로 영입했다. 김용희 감독의 퇴진으로 공석이 된 사령탑을 두고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올랐으나 삼성은 통산 9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김응용 해태감독을 선택했다. 삼성은 그 전해부터 김응용 영입에 나섰으나 실패로 돌아가며 그 책임을 지고 전수신 사장이 퇴임했다는 설이 팽배했다.
이번 류 감독의 선임 역시 의외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선 감독이 사퇴 전 류 코치를 후임 감독으로 추천했다"며 "류 신임 감독이 24년간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으며 구단 내부사정을 잘 알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코치로 참가해 우승을 이뤄내는 등 지도자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룹차원의 인적 쇄신과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 감독이 돼야 한다"는 대구 야구팬들의 여론이 반영됐다.
◆삼성그룹의 1등 지상주의?
삼성의 전격 감독 교체를 보는 야구계는 삼성의 1등 지상주의의 부활로 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팀의 새로운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라며 선 전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그 배경에는 한국시리즈 전패 수모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선 전 감독은 삼성 지휘봉을 잡은 6년 동안 우승 2번, 준우승 1번 등 좋은 성적을 남겼지만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올해는 정규시즌 2위에 팀을 올려놨으나 한국시리즈에서 SK에 4연패를 당했다. 이달 초 그룹 인사에서 김응룡 사장과 김재하 부사장(단장)이 퇴임한데다 감독까지 바뀌는 등 구단 수뇌부가 동시에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결국은 최근 몇 년간 '1등'에 오르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이번 감독교체는 1990년과 흡사하다. 당시 정동진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LG에 4연패 한 뒤 팀을 떠나야 했다. 당시 재계약이 유력했지만 삼성은 우승 갈증을 풀어주지 못한 감독을 내쳤다. 김성근 김용희 감독 역시 삼성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고도 그해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삼성의 1등 지향주의는 이달 초 취임한 김인 사장에게서도 읽힌다. 김 사장은 "밖에서 보면 우리 팀은 투지가 없어 보였다. 앞으로 근성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결국 자진사퇴든, 해임이든 1등을 하지 못하면 국보급 투수 출신 감독도 자리보전을 하기 힘든 곳이 삼성이라는 냉엄함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장기적인 밑그림
2014년 2만5천석 규모의 대구 새 야구장이 건립됐을 때 올드팬들의 마음을 돌려놓지 않고서는 관중석을 채우기 어렵다는 판단도 이번 감독교체의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은 류 감독 선임에 앞서 김성래 코치를 영입하는 등 코치진 대부분을 프랜차이즈 스타로 물갈이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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