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발효, 원산지 인증 등 1∼6개월 걸려 미리 대비해야
"붕어빵 찍어내 듯 할 수 없어요. 적게 잡아도 족히 한 달 이상은 걸립니다.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되요."
대구세관본부 직원의 지적이다. 한-미,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잇따라 타결됐지만, 대구경북 기업들은 FTA를 등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FTA 체결로 자동차와 섬유 산업이 주력인 지역 기업들이 최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그러나 대비를 소홀히 한다면 혜택은 보지 못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내년 7월 한-EU FTA 등 FTA 발효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작 지역 기업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FTA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특혜관세제도'나 '원산지 인증수출자 제도' 등 관련 정책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시급한데도 지역 중소기업들의 대비는 거의 전무하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한 무역업체는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FTA를 한다고 해서 특별히 나아지는 게 있느냐. 안 그래도 신경 쓸 일이 많은데…."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기업주도 "FTA가 발효돼 봤자 우리 같은 작은 회사까지 혜택을 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구세관에 따르면 현재 관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역 기업은 750여개 업체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한-EU FTA 원산지 인증수출자 가인증 업체수는 40여 개에 불과했다. 대구세관은 당초 한-EU FTA는 늦어도 내년 1월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내년 7월로 미뤄져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인증 절차에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데다 시간도 최소 1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리는 등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섬유와 자동차 부품 산업이 주력인 대구경북의 경우 가격 경쟁 면에서 큰 혜택을 보게 되는 FTA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것.
실제로 한-EU FTA는 6천 유로 이상 수출물품에 대해서는 원산지 인증수출자로 지정을 받은 업체에 한해서만 특혜관세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EU와 교역을 위해서는 관세당국으로부터 '원산지 결정기준에 따라 성실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원산지 인증수출자 인정을 받는 것은 필수 요건이다.
또 한-EU FTA 발효 초기 EU 세관에서 자국과의 경쟁 산업인 자동차와 섬유 등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원산지 검증을 할 것으로 예상돼 지역 수출기업들은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대구세관 관계자는 "수출물품에 대한 원산지 결정기준 충족여부 등 인증수출자로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기간을 포함해서 최소 1개월에서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발효까지 남은 7개월은 결코 길지 않다"며 "FTA는 공짜가 아니고 준비한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서둘러서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7월 정식 발효를 앞두고 있는 한-EU FTA의 경우 지역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섬유, 기계, 전기·전자 등이 밀집돼 있어 FTA 타결로 상당한 혜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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