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 그 후…] <3> 이랜드, 동아백화점 인수

입력 2010-12-27 09:35:38

"한때 지역유통 자존심" 시민들 새주인 역할 기대

화성산업 이인중 회장(오른쪽)과 오상흔 이랜드 대표.
화성산업 이인중 회장(오른쪽)과 오상흔 이랜드 대표.
지난 3월 이랜드리테일에 인수된 동아백화점. 이랜드는 200억원에 달하는 리뉴얼 투자와 복지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려 하고 있는데, 직원 융화와 지역민 정서 끌어안기에는 가야할 길이 멀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난 3월 이랜드리테일에 인수된 동아백화점. 이랜드는 200억원에 달하는 리뉴얼 투자와 복지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려 하고 있는데, 직원 융화와 지역민 정서 끌어안기에는 가야할 길이 멀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난 3월 8일, 38년간 지역 토종 백화점의 자존심을 지켜왔던 화성산업㈜ 동아백화점의 유통 부문이 이랜드그룹의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에 매각됐다. 매각 대금은 2천680억원. 몇 년째 매각설에 시달려오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동아백화점이었지만 몇 년째 계속 이어지는 건설 불경기에 결국은 백화점 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화성산업 이인중 회장은 당시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이 상태로 간다면 유통과 건설이 다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지역에 뿌리내리는 이랜드

화성산업과 이랜드리테일 측이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한 탓에 직원들은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크게 동요했다. 고용 승계를 명문화하긴 했지만 하루아침에 회사가 바뀌게 된 직원들은 "세부적인 내용도 없는 '포괄적인 고용 승계'라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언론과 지역 시민단체들이 나서 일정 기간 동안의 고용 보장을 요구했고, 3월 12일 본계약 체결과 함께 화성산업과 이랜드는 최소 2년간 고용 보장과 퇴직금 중간정산, 위로금 지급 등을 명문화했다.

그리고 인수 후 이제 9개월. 동아백화점 직원들은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수 초기에는 시스템상의 차이와 피인수 기업의 직원이라는 심리적 갈등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랜드리테일의 직원으로 동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 직원은 "홈에버 사태 등으로 이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안 좋았다 보니까 초기에는 '왜 하필 이랜드냐'는 원망의 목소리가 많았고,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직원들도 일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직원 간의 화합, 다양한 사내 이벤트 활동,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 등의 장점에 박수를 보내는 직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랜드가 동아백화점을 사들인 이후 지역에서는 "이랜드가 조만간 동아를 되팔 것"이라는 소문이 숙지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 6월 이랜드가 화성산업으로부터 사들인 동아스포츠센터를 팔면서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7월 동아마트 수성점 리뉴얼을 시작으로, 9월 동아아울렛 강북점과 동아백화점 쇼핑점 리뉴얼 등에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하면서 이런 뜬소문을 불식시켰다. 특히 9월 15일 열린 쇼핑점 리뉴얼 오픈 행사에는 이랜드 그룹의 2인자로 꼽히는 박성경 부회장(박성수 회장의 여동생)이 참석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이날 박 부회장은 "동아백화점의 경영을 정상화해 영속적으로 대구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기업의 역할"이라며 "그 일환으로 대구에서 우수한 인재를 뽑아 이랜드를 통해 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랜드는 이익의 10% 사회환원 약속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은 올 12월에만 연탄 3만 장과 김장김치 4천 포기를 불우이웃에게 나눠주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여오고 있으며, 동아백화점 직원들 역시 봉사단을 꾸려 예전보다도 더욱 활발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유통시장 경쟁 가속화

동아백화점의 매각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토종 백화점의 명맥을 이어왔던 대구에는 이제 대구백화점만이 살아남게 됐다. 더구나 2010년 유통업계 판도가 급변하면서 2011년 현대백화점과 2014년 신세계백화점까지 대구에 진출하게 되면서 대구백화점은 홀로 유통 '빅3'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됐다.

특히 대백프라자는 현대백화점이나 신세계 쇼핑센터가 들어서게 될 동대구역환승센터와는 직선거리로 3㎞ 이내에 있어 상권 중복으로 인한 고객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시장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 되겠지만, 대구백화점은 지역에서 쌓아온 수십 년의 유통 노하우를 가진 기업인 만큼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틈새 시장을 노렸던 이랜드 동아백화점마저도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다아울렛과 올브랜아울렛, 퀸스로드 등 지역 대표 아울렛을 비롯해 롯데백화점까지 아울렛 사업에 가세하면서 지역 유통시장이 포화상태를 넘어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면서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백화점"을 모토로 내세웠던 동아백화점의 매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

동아백화점 한 관계자는 "10월까지만 해도 투자한 자금에 비해 매출 상승이 따라주지 않아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극심했다"며 "다행히 11월을 기점으로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내년에는 더욱 많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 비해 많이 수그러들긴 했지만 여전한 이랜드와 동아백화점 직원 사이에 남아있는 마음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시장 분석과 이에 따른 매장 구성, 물품 구매 등에 서로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이랜드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일부 직원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직원은 "과거 동아백화점은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식품과 중장년층 여성복에 강점이 있었지만 현재 이랜드에서는 이런 장점이 사라졌다"며 "하지만 이로 인한 매출 하락을 직원 책임으로 떠밀다 보니 일부 직원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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