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에 투기자금 유입, 극심한 가뭄에 농산물↑
국제 원자재 및 곡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원자재와 곡물 가격은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데다 주요 원자재 생산국들의 수급 차질 및 투기자금 유입 등이 맞물리면서 급등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공산품의 원료비를 끌어올리고 국내 물가 불안을 초래하는 등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주요 원자재 가격 초강세
국제 원자재 가격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 원유, 밀 등 19개 원자재의 국제가격 동향을 지수로 나타내는 톰슨로이터-제프리CRB지수는 21일 326.80을 기록,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톰슨로이터-제프리CRB지수는 지난 2월 258.58을 기록한 이후 10개월째 꾸준히 상승, 올 들어서만 27% 올랐다.
구리 가격도 초강세다. 구리값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장중 한때 t당 9천392달러까지 올랐다가 전날보다 164달러(1.78%) 오른 9천36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도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2월물 선물 가격은 온스당 2.70달러 오른 1천388.60달러에 장을 마쳤다.
주요 농산물 생산국의 극심한 가뭄 탓에 곡물 가격도 상승세다. 옥수수 가격은 연초에 비해 45% 올랐으며 밀은 41%, 콩값도 27%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는데다 투기 자금까지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달러 약세도 원자재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폭등은 국내 식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탕 가격이 오르는 데 이어 설탕을 원료로 하는 제품의 가격이 잇따라 인상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밀가루 가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값은 21일 부셸당 7.65달러에 거래돼 지난 한 달간 18.70%, 올 들어 37.16% 급등했다.
◆인플레 기대심리 높지만 원화 강세가 상쇄할 수도
국제 원자재값 상승은 곧바로 국내 물가 불안으로 이어진다. 국내 경제가 총 수입 중 원자재 비중이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를 제외한 기타 원자재 가격도 10%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0.1%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커지고 있다. 물가를 전망하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달 141을 기록해 올해 초에 비해 6p 올랐다. 기준치인 100을 넘으면 물가 상승을 예측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곧바로 식가공 업체에 영향을 줘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음식값 등은 물론 서민생활에 밀접한 품목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며 "관계부처를 통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인데다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우려만큼 물가가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으로 2.8%를 제시했고, LG경제연구소도 3% 내외에서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6%에 이르렀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내년에는 4% 안팎으로 둔화되며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 또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천100원을 밑돌면서 원화 강세가 국제 원자재 가격 강세를 상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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