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 어떻게 생성해 어디로 갈까

입력 2010-12-23 07:46:42

악의 번영/다니엘 코엔 지음/이성재'정세은 옮김/글항아리 펴냄

'악의 번영'에서 저자 다니엘 코엔은 1930년대 발생한 대공황의 발생 및 진행과정 등을 케인스 이론에 의거해 소개한다.

경제는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역사는 또 경제법칙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책은 자본주의 경제와 인류 역사의 상호관계에 대해 총체적 설명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애덤 스미스, 맬서스, 리카도, 마르크스, 케인스, 슘페터 등의 경제이론을 총체적으로 정리하며, 질문을 던진다.

지은이는 농업혁명이 발생했던 인류 초기부터 최근에 발생한 서브 프라임 위기까지 세계 경제의 흐름을 하나씩 짚어가며,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성장'과 성장을 가로막는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은이가 던지는 질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오랜 세월 거의 정체 상태에 머물던 인류의 생활 수준이 어째서 18세기에 이르러 갑자기 개선되었는가. 둘째, 근현대 경제 성장의 주체였던 서양은 어째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켜 스스로 파괴했으며, 그 같은 파괴 뒤에도 다시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인가. 셋째, 오늘날 선진국들의 뒤를 이어 신흥국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인류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확산에 힘입어 전 세계 차원의 부흥과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가.

책은 3부 15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1부에서는 농업혁명 뒤 18세기까지 지속된 인류의 장기 정체 상태를 유럽이 어떻게 돌파했는지 살펴본다. 여기에서는 10세기까지 거의 자급자족 수준에 머물렀던 유럽 문명이 상업, 도시화, 과학 및 철학 등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루는 18세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또한 그처럼 압도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유럽문명이 벗어날 수 없었던 근본적 한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지은이는 18세기까지 유럽의 인구와 생활 수준이 개선과 후퇴를 반복한 원인에 대해 '성장으로 인구가 증가하면, 식량 위기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기아 전쟁, 전염병 등이 발생해 인구가 줄어들고, 다시 성장과 인구 증가가 재개됐다'는 맬서스의 법칙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2부에서는 장기 성장의 길로 들어섰던 서양이 어떻게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몰락하게 됐는지, 1970년대 이후 어떻게 다시 위기에 봉착했는지 설명한다. 빠른 성장과 그 성장이 결과적으로 독이 된 독일의 경우와 1930년대 대공황 발생 및 진행과정 등을 케인스 이론에 의거해 소개한다. 또 2차 대전이 끝난 뒤부터 1차 석유 위기가 발생했던 1974년까지 약 30년 동안 장기 호황으로 선진국들의 경제 시스템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됐는지, 또 그 같은 호황은 어째서 멈추게 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지은이는 복지 국가의 위기에 대해 '장기 호황의 종말로 경제 성장이 느려지면서 세금과 사회보장 분담금을 거두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한다. 복지국가의 개념은 이미 1930년대 이전에 존재했고, 호황기에는 잘 작동했지만 빠른 경제 성장이 끝나고 전체적으로 경제 활동이 둔해지면서 복지프로그램 역시 재검토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3부에서는 1980년대 이후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의 약진, 선진국들의 정체, 생태계 위기, 금융 부문의 확장과 위기, 디지털 경제의 등장 등 최근의 이슈에 대해 설명한다. 3부에서는 14세기까지 여러 측면에서 유럽을 압도했던 중국이 왜 먼저 산업혁명을 일으키지 못했는지 살펴본다. 지은이는 그 이유를 '14세기 초 몽고의 침입으로 혼란을 겪게 된 중국이 이후 내적 안정성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추구하면서 혁신을 자극하는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지은이는 앞으로 인류의 집단적인 자기 파멸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생태계 파괴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급속하고도 총체적인 세계화로 인류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문제 즉, 기후, 환경 등 생태계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흔히 경제학은 복잡한 수학 공식과 숫자들이 자주 등장해 골치 아프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책은 수학적이라기보다 역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은이는 지리학, 사회학, 정치학적 관점으로 경제를 바라본다. 지은이 다니엘 코엔은 파리 1대학, 파리경제대학, 파리고등사범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프랑스 정부와 국제기구의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312쪽, 1만6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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