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사무소도 '빈익빈 부익부'…대구 1/3 '年 수주 1건'

입력 2010-12-13 10:21:57

지역 아파트 대부분 서울 업체 도맡아, 국내 상위 50대 매출 35%

상위 50대 건축사사무소들의 총매출이 국내 건축설계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절반에 가까운 중소건축사사무소들은 일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를 보이는 등 건축설계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지역을 비롯한 중소 건축사무소들은 대형 사무소에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발주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와 경상북도건축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9천787개(대구 580·경북 414개) 건축사사무소 가운데 61.4%인 6천17곳의 연간 신축허가(수주) 건수가 1건 이하라는 것. 연간 1건 이하의 실적을 기록한 사무소도 절반에 가까운 4천524곳으로 집계됐다.

또 50대 건축사사무소(매출액 기준)의 총매출은 1조3천261억7천여만원으로 1천위 이하의 8천500여 개 사무소의 매출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건축사협회 전영철 상근이사는 "건축사사무소들이 신고한 설계비와 업무수주 현황을 분석하면, 1천1위~1천500위 사무소들의 평균 연매출은 3억1천200여만원으로 용역비(30%)를 제외하면 직원 인건비, 사무실 운영경비 등을 간신히 지급할 수준"이라며 "1천500위 이하의 8천여 개 사무소들은 거의 인건비 지급조차 어려울 정도로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의 A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주택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건축설계 물량이 많이 줄었는데 이마저 대형사무소들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며 "올해 3건을 수주했는데, 모두 소규모 원룸건물이다. 직원 월급을 주고 사무실 경비를 쓰고 나면 남는 돈이 한푼도 없다"고 말했다.

이택붕 대구시건축사회 회장은 "대구에서 1년 동안 수주실적이 1건뿐인 건축사가 200명에 이른다는 것. 이는 대구에서 활동 중인 건축사의 3분의 1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중소건축사사무소들에 따르면 입찰은 설계 능력과 상관없이 제비뽑기처럼 시행돼 설계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PQ나 현상공모는 실적이 많은 대형사무소에 유리한 제도라는 것이다.

B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몇 년 전부터 LH(토지주택공사)의 아파트 공급이 많은데, 지역에 짓는 아파트의 건축설계 대부분을 서울의 업체가 도맡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건축사회 박재웅 회장은 "공사의 경우에는 일정비율로 지역 업체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건축설계 같은 용역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며 "또 일정 규모 이상의 PQ점수를 요구하는 입찰제도는 지역 업체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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