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옥 성서 도시고속도로] <하>남은 과제
대구시가 교통지옥이 된 남대구~서대구IC 구간 도시고속도로에 대한 본지 보도 이후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연이어 내놨다. 시는 단기적으로는 도시고속도로 일부 진출입로를 확장, 2012년까지 차로를 넓히고 성서IC(진입)와 서대구IC(진출)에 고속도로 진출입이 가능한 간이요금소를 설치해 교통량을 분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확장 공사가 끝나는 2년 후까지 운전자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간이요금소 설치를 비롯한 중·장기 대책 역시 예산 확보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확장 공사기간 앞당겨야=대구시는 지난 10월 4일부터 성서지역 도시고속도로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40억원을 들여 서대구IC~새방골(0.9㎞) 확장 공사에 돌입했다. 시는 또 내년 초 65억원을 들여 성서IC~상리공원진입로(1.7㎞) 추가 확장에 들어간다. 그러나 확장 공사 완공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운전자들은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확장 공사 구간 내 갓길이 전혀 없어 사고가 나면 확장이 완료될 때까지 심각한 정체가 발생한다고 아우성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6시 20분 도시고속도로 남대구IC 방면 새방골 차량 통행이 1시간 가까이 마비됐다. 새방골 진출 지점 600m 전방에서 트럭 고장 사고가 발생했지만 갓길이 없어 견인차가 도착하기까지 40분 넘게 걸렸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10여 분간 이 구간 전 차로를 차단하면서 주변 도로까지 차량 정체가 이어졌다.
대구교통방송 관계자는 "당시 교통 정체 문의전화가 셀 수 없을 정도였다"며 "제보자 대부분은 갓길이 없어 옴짝달싹 못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갓길이 없는 성서도시고속도로 구조상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계명대 김기혁 교수(교통공학)는 "병목현상이 심각한 서대구IC는 배추 한 포기만 떨어져도 사고가 날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며 "갓길이 없어 작은 접촉사고와 고장에 한 시간이나 정체가 발생했다면 대형사고의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시는 "도시고속도로 확장 공사가 끝나면 차로뿐 아니라 차로 폭도 늘어나고 갓길도 확보할 수 있다"며 "2012년 이내 완공을 목표로 공기 단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예산 확보가 관건=시는 성서지역 도시고속도로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도시고속도로 내에 진출입이 가능한 간이요금소를 설치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달서구 유천동 부근(성서~지천 4차 순환도로 건설 예정지)에 유천IC를 건설해 성서 및 월배 지역에서 직접 경부선 방향으로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교통흐름을 개선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간이요금소 설치 공사에 필요한 예산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시에 따르면 성서IC와 서대구IC 두 곳의 간이요금소 설치에는 토지보상비 38억원을 포함해 총 112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시는 성서IC 진입로 설치를 위한 토지 보상비 38억원은 시가 부담하고 나머지 공사비 74억원을 국토부에 요구하고 있다.
시는 "통행료 징수 원칙 때문에 고속도로와 도시고속도로가 분리됐고 이로 인해 지·정체가 발생한 만큼 정부가 요금소 설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 그러나 국토부는 대구시가 도시고속도로를 관할하는 만큼 시가 모든 공사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결국 예산 확보가 되지 않으면 간이요금소 설치 공사는 시작도 못하게 된다.
특히 성서IC 간이요금소의 경우 내년 성서IC~상리공원 진입로(1.7㎞) 확장공사와 함께 실시해야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있지만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 도시고속도로 확장 공사 기간까지 길어질 수 있다.
또 유천IC 경우 공사비로 약 400억원이 필요하고 공사기간도 최소 5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부지 매입 등 큰 예산이 들어가고 공사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장기과제로 추진하려 한다"며 "간이요금소 설치로도 어느 정도 지·정체가 해소되기 때문에 장기 대책으로 유천IC를 계획한 것"이라 해명했다.
◆근본 해결책은 없나=교통시스템연구소 배영석 박사는 "현재 도시고속도로 지·정체 원인 중 하나가 진·출입로가 많다는 점인데 간이요금소를 만들면 램프가 필요하고 진출입로 주변에 역시 지·정체가 발생할 것"이라며 "도시고속도로 지·정체가 해소된다 해도 다른 곳에 정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속도로 차로축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기혁 교수는 "대구시 대책을 떠나 이용량이 현저히 적은 고속도로를 6차로로 두는 것 자체가 국가적 차원에서 낭비"라며 "도로공사가 교통량 예측을 잘못 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시간당 6천대로 구마고속도로 이용 차량(1천 대)의 6배에 달했다.
대구시의회 박돈규 의원은 "시의 대책은 2년 동안 참고 기다리라는 소리 아니냐"며 "공사로 인한 정체는 더욱 심할 것인데 단기적인 해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도시고속도로 교통체증 해결을 위해 지역 정치권의 역할도 주문하고 있다.
성서 주민 정승기(45) 씨는 "지역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지역을 위한다고 말하고선 지역민의 불편은 그냥 외면하고 있다"며 "제대로 지역에 봉사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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