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2단계 개통 한 달…도심서 역까지 1시간, 차라리 새마을 탄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KTX 동대구~부산 구간이 완전 개통한 지 1개월이 지났다.
영남권 전체가 1시간대 생활권이 되면서 '관광 특수' 등 KTX 효과에 들떠 있던 신경주역과 김천(구미)역의 위상은 초라하다.
개통 효과는커녕 수도권이나 부산권으로 소비가 유출되고 있고 중간 정차역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2단계 시대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없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통 급급…이용객 외면
이정(34) 씨는 지난달 20일 제사를 지내기 위해 구미로 가려고 동대구역에서 KTX를 탔다. 23분 만에 김천(구미)역에 도착했지만 구미 시내까지 이동하는 데 택시로 1시간이나 걸렸다. 이 씨는 "새마을호를 타면 34분 만에 구미역에 도착하는데 KTX를 이용하니 시간과 비용이 오히려 더 들더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송이(27·여) 씨는 지난달 21일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부터 신경주역에 갔다. 오전 9시 10분 열차가 출발하기까지 1시간 넘게 남은 것을 확인한 한 씨는 아침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았지만 역 내 어디에도 식당이 없었다. 한 씨는 "고속철도 역에 식당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전 준비도 없이 개통해 서비스가 형편없었다"고 씁쓸해했다. 실제 신경주역 내 편의시설은 현재 편의점 1곳과 커피 및 음료 자판기 3대, 경주시관광홍보관 1곳이 고작이다. 그나마 편의점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한다. 현금지급기도 없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개통한 KTX 김천(구미)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1천427명으로 전국 KTX역 가운데 오송역과 더불어 최소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당초 김천(구미)역 하루 이용객이 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한 달간 김천(구미)역 이용객은 이에 크게 미달했다.
행정기관의 준비도 미흡했다. 구미 지역 이용객들은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KTX 이득이 거의 없다고 했다. 송정동 구미시청에서 출발해 김천시 남면 KTX역까지 가려면 승용차로 30여 분, 시내버스로 1시간여 정도가 걸린다. 이용객들은 "결국 경부선 구미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서울역까지 가는 소요시간과 별 차이가 없다"며 "지자체들이 연계교통망부터 제대로 준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경주역 역시 연계 교통망이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다. 신경주역 이용객들은 주로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지만 도·농 복합도시의 경주 택시 요금은 시내 신한은행 네거리에서 반경 4㎞를 벗어나는 지점부터 63%의 할증요금이 부과되며 신경주역은 할증구간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신경주역~경주시내 요금은 1만2천~1만5천원, 신경주역~보문관광단지 구간은 3만원 안팎의 요금이 나온다.
임정원(25·여) 씨는 "동대구에서 신경주역에 한 번 갔다가 택시비만 5만원을 썼다"며 "KTX 비용보다 택시비가 더 드는데 누가 이용하겠느냐"며 화를 냈다.
◆대구경북 지자체들은 뭐 했나
경제계 및 교통 전문가들은 대구경북 지자체들이 KTX 2단계 효과 극대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고 꼬집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부산역 KTX 하루 평균 이용객은 3만5천50명으로 개통 전보다 12.1%(3천784명) 증가했다.
부산은 KTX 2단계 개통으로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울산과 경주 등 타 지역 주민들의 부산에서의 경제 활동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해양·의료 등 새로운 이슈를 반영한 부산권관광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실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부산은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방문객을 위해 교통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유통·쇼핑 분야에 있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종합대책도 마련했다. 또 코레일과 공동으로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일일 관광 상품을 확대하고 부산지역 환자 유출을 막는 한편 경주·포항을 비롯한 남부권 도시 환자 유치에도 힘쓸 방침이다.
울산역 역시 시 차원의 지역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에 따라 개통 한 달 만에 23만6천174명의 이용객을 끌어 모았다. 개통 후 서울역 KTX 승차고객의 주요 이용역 비율에서도 울산은 7.3%로 대전역 다음으로 높아 천안아산역(4.6%), 구포역(4.7%) 등을 따돌렸다. 울산은 고래와 산악, 산업관광 등의 상호연계를 통한 추가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울산발전연구원 정현욱 박사는 "의료, 유통 등 서비스 분야는 서울 등 대도시로의 흡입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광 부문은 우수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면 긍정적 효과도 클 것"이라며 "역세권 특화, 유통기능과 연계한 관광, 쇼핑·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한 복합관광 창출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 교통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대구경북 KTX 정차 도시의 경우 2단계 시대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다"며 "신설 역사들의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빨대효과 극복을 위한 지역 특색화 전략 등을 집중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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