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품빼기'…모델하우스 실속시대

입력 2010-11-29 09:48:10

연간20-30억 들어 모델하우스 비용 줄이기 건설업계 새로운 유행

아파트 분양시장에 화려한 모델하우스 대신 분양홍보관, 샘플하우스 등이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 화려한 모델하우스 대신 분양홍보관, 샘플하우스 등이 등장하고 있다.
범어풀비체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 공사 현장 인근에 분양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범어풀비체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 공사 현장 인근에 분양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아파트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모델하우스도 실속형으로 바뀌고 있다.

건설사들은 주택경기 침체에 따라 분양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데, 그 해결책의 하나로 모델하우스 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화려한 모델하우스는 보기에 좋고 아파트 품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 비용은 결국 분양가에 포함돼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짓는 데 건축비만 평균 10억원 안팎이 들며 여기에 부지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모델하우스 운영비(인건비 제외)가 적어도 연간 20억~30억원에 이른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뉴대공원아파트 재건축단지인 범어풀비체는 모델하우스 대신 아파트 공사 현장 앞 건물 3층에 분양홍보관을 마련했다. 이곳은 모델하우스처럼 아파트 구조를 실물로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아파트 단지 외관과 내부 모습과 똑같이 만든 축소 모형을 전시하고, 한쪽에서는 분양상담을 하고 있다.

분양상담을 하러 온 이모(38·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씨는 "기존 모델하우스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분양관으로 집 구조나 인테리어 수준을 눈으로 확인하는 데는 미흡했다"며 "하지만 모델하우스 비용 절감은 소비자에게 경제적으로 득이 되고, 직원이 마감재 샘플을 갖고 하나하나 설명해 주기 때문에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범어풀비체 분양홍보관 정빈기 본부장은 "모델하우스는 보통 1년 6개월 정도 운영되는데,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비용이 연간 수십억원이 넘는다"며 "소비자들이 처음에는 분양관을 생소해 하지만, 그만큼 분양가가 싸고 공사 현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성구 수성2가 재건축 단지인 롬바드한라하우젠트는 모델하우스를 조성하지 않고 아파트 공사 현장에 샘플하우스를 설치했다. 이미 골조공사가 끝난 상태여서 아파트 3층에 공급 유형별로 3개의 샘플하우스를 꾸민 것이다.

한라주택 관계자는 "실수요자를 위한 실속 분양을 위해 별도의 모델하우스 대신 현장에 샘플하우스를 만들었다"며 "모델하우스 설치 비용을 줄여 분양가를 낮추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아파트의 전망과 위치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도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은 몇 년 전부터 분양 단지별 모델하우스 운영방식을 중단하고 통합 모델하우스인 '주택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 열풍이 불었던 3, 4년 전 모델하우스 부지의 임대료가 치솟은 것은 물론 부지를 구하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도시공사의 경우 2년여 전부터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에 주택전시관을 마련하고 이곳에서 달성 및 죽곡청아람 등 4개 단지 분양을 했다. 도시공사 주택분양센터 이정인 홍보담당 차장은 "주택전시관은 공사 보유 부지에 조성했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이 없으며, 신규 분양이 있을 경우 인테리어 공사만 하면 되기 때문에 모델하우스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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