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죽음의 무도/스티븐 킹 지음/조재형 옮김/황금가지 펴냄

입력 2010-11-18 07:59:16

사람들은 떨면서도 왜 '공포 예술'을 즐길까?

'미저리'와 '쇼생크 탈출'의 작가 스티븐 킹이 공포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사람들은 어째서 공포 소설을 읽고 무서운 것을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일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두려움에 떨게 하는 소설과 영화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 '죽음의 무도'는 영화와 TV 드라마, 라디오,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는 공포를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와 공포 문화의 역사, 영향력 등을 분석한 책이다.

'우리가 허구의 공포 속으로 피신한 덕분에 현실의 공포는 우리를 압도하지 못하고, 우리를 꽁꽁 얼어붙게 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살아가려는 우리를 방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나쁜 꿈을 꾸기를 희망하며 극장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쁜 꿈이 끝났을 때 우리가 평범한 인생을 사는 현실 세상이 훨씬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지은이의 말대로 우리가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공포물이 '일상의 평화와 행복'을 확인해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밋밋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고자 하는 현대인은 그래서 두려워하면서도 공포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번지점프를 하고, 악어의 쩍 벌린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는 이유는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인 셈이다.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장은 공포에 관해 여러 가지 관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포의 역사와 문화, 공포물을 접하는 심리, 공포물을 쓰게 된 자신의 근원, 공포물의 효과, 공포의 도덕성 등.

10개 장 중 하나인 '지겨운 자전적 넋두리' 장에서 지은이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영향을 준 여러 가지 사건을 언급한다. 어릴 적 경험했던 사건들이 자신을 호러의 제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티븐 킹은 또 라디오와 TV의 공포 작품에 대해 비판적인 검토를 거친 다음, 공포 매체로 라디오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공포라는 요소의 특성상 라디오는 매우 많은 상상의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공포란 눈앞이 아니라 '문 뒤'에 숨어 있을 때 더욱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은이의 이 같은 언급은 공포물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작품을 영화로 보고 문학 작품으로 읽었을 때 사람들은 흔히 문학 작품이 더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이는 아무리 잘 만든 영화라고 할지라도 영화가 보여주는 형상화된 상상력보다 개인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상이 더욱 풍부하게 와 닿기 때문이다.

한편 지은이는 흉악한 범죄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공포 문화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리는 언론이나 비평가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또 공포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어딘지 모르게 비비 꼬인 사람이거나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스티븐 킹의 반박을 요약하자면 '공포물 작가는 특별한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런 재능과 실력으로 돈을 벌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킹은 정신과 의사가 괴팍한 정신질환자나 슬픔 혹은 고통에 휩싸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으로 돈을 벌지만, 그들은 결코 괴팍한 사람들이 아니며, 그들의 생활은 지극히 고상하고 평화롭다고 말한다. 더불어 스티븐 킹은 '자신은 모든 이야기를 재미를 위해 쓰며, 독자인 당신은 즐기라'고 권고한다.

부록 1과 부록 2에서는 100편의 공포 영화와 약 100권의 공포물 책을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 자신에게 특별히 영향을 주었던 작품에 대해서는 별표를 덧붙여 강조하고 있다.

스티븐 킹은 공포, 서스펜스, SF, 판타지를 아우르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지금까지 그의 책은 전 세계적으로 5억 부 이상 판매됐다. 그의 작품 중 '캐리' '쇼생크 탈출' '미저리' '그린 마일' '샤이닝' 등은 영화로 제작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2010년 현재까지 모두 49권의 책을 펴냈다. 692쪽, 2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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