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끊고 살기] 2주간의 체험, 식비 절반 뚝… 가계살림 활짝

입력 2010-11-17 10:41:58

전통시장과 동네 상점을 이용하면 싼 가격에 싱싱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전통시장과 동네 상점을 이용하면 싼 가격에 싱싱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단골'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된다. 인심 좋은 할머니의 웃음과 마주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체험단 제공

2주 동안 대형마트에 가지 않고 살면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겨우 2주쯤이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테지만, 대형마트가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않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12명의 체험단은 입을 모았습니다. '금단 증세'를 호소하시는 분들도 상당수였습니다. 물건을 구매하지는 못하지만 동네상점과 전통시장의 가격비교를 위해 들른 길에 '1+1' 상품에 마음이 혹해 들었다 놓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는 웃지 못할 고백도 있었습니다.

◆2주 만에 가계경제 주름 펴다='대형마트 끊고 살기'는 체험자들의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가장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는 체험자는 제갈민(46·동구 지묘동) 씨입니다. 체험을 시작하기 전 평소 대형마트를 통해 한 달 80만~120만원을 지출해 왔다는 민 씨는 "지난 2주 동안 시장에서 장을 본 결과 식비로 15만8천원을 지출했다"며 "이런 추세라면 한 달 식비가 30만원 남짓이면 될 것 같다"고 즐거워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기존에 일반 냉장고 2대와 김치냉장고 1대 등 3대를 사용해왔다는 민 씨는 "체험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김치냉장고를 모두 비우고 전기코드를 뽑았다"며 "냉장고 2대 중 한 대도 거의 비운 상태여서 조만간 사용을 중단할 수 있을 것 같아 전기료까지 덤으로 아끼게 됐다"고 했습니다.

신미영(44·달서구 진천동) 씨도 냉동실이 눈에 띄게 비어갔다고 했습니다. 미영 씨는 "자꾸 다니다 보니 시장마다 비슷하면서도 나름대로 색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워낙 입맛 당기게 하는 신선한 찬거리가 많다 보니 저녁거리 걱정도 많이 줄었다"고 했습니다.

시장을 이용하게 되면 싱싱한 채소와 생선, 과일 등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식단이 인스턴트보다 자연식 중심으로 바뀌게 됩니다. 장삼남(45·달서구 두류2동) 씨는 "원래 시장을 자주 이용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반찬이 건강식으로 더 많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아가씨 둘이 조카 둘과 함께 사는 특이한 가족구성인 우유미(29·달서구 상인동) 씨 역시 "밤 늦은 시간 대형마트에 가서 세일하는 것들을 싹쓸이해오다시피 하다 보니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음식물이 상당수였는데 지금은 신선한 식재료만 필요한 만큼 사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가 크게 줄었다"며 "더욱이 시장엔 쓸데없는 포장이 적다 보니 재활용 쓰레기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고 했습니다.

◆함께 살겠다는 작은 마음=최명희(32·경산시 옥산동) 씨는 "동네의 재발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늘 일요일이면 대형마트에서 온종일을 보내는 것이 일과이다시피했다는 명희 씨. 하지만 대형마트에 갈 수 없게 되면서 동네 미용실 아주머니와 안면을 터 단골이 됐고, 바로 인근에 어린이 전용 놀이방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명희 씨는 "동네상점을 이용하게 되면 단골이라는 개념이 생겨서 서로 인사를 나누게 돼 더욱 좋은 것 같다"며 "일요일 시간이 여유로워진 것은 덤"이라고 했습니다.

문옥자(39·달서구 월성동) 씨는 결혼하기 전 꼭 가보고 싶어했던 어린이 전문서점을 7년 만에 처음 들렀습니다. 옥자 씨는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꼭 가봐야지 했는데 체험단 첫날 모임에서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게'라는 말에 번뜩 떠오른 것이 어린이전문서점이었다"고 했습니다. 옥자 씨가 찾은 곳은 달서구에 있는 '호세호치'라는 곳이었는데요. 옥자 씨는 "이곳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고, 동화구연 등 각종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앞으로는 온라인보다는 동네 서점을 자주 이용해야겠다"고 했습니다.

김정희(34·북구 복현동) 씨는 인식의 변화를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습니다. 정희 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생활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프로젝트에 참가 신청을 하게 됐는데 자꾸 동네 상점을 이용하고, 다른 체험자들의 글을 읽다 보니 '우리'를 위해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나 자신이 한 단계 더 발전한 것 같은 뿌듯함이 든다"고 했습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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