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눌러야 문 열려, 대피훈련 전무
'폐쇄식 출입구에 낮은 보험금, 여전히 취약한 노인요양시설.'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포항 인덕요양센터 화재 이후 대구소방본부가 15일부터 지역 내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이날 본지 취재팀이 긴급 점검에 동행한 결과 지역 노인요양시설 역시 불이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요양시설 모두 소화기 등 기본 소방시설은 갖추고 있었지만 2008년 개정 소방법 적용 여부에 따라 간이 스프링클러, 방염처리 등 소방시설이 들쭉날쭉했다. 하나같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출입구를 달아 긴급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고, 소규모 요양시설의 경우 소방대피 훈련마저 전무하다시피 했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이날 대구 서부소방서 점검반과 함께 찾아간 곳은 북구 동천동의 노인요양병원, 노인요양시설 등 3곳. 오후 2시 가장 먼저 점검한 대구 북구 동천동 A노인요양시설은 5층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해 문을 연 이곳은 연면적 334㎡ 규모로, 8명의 노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은 2008년 개정 소방법에 따라 대형참사가 난 포항 인덕요양센터와 달리 스프링클러와 가스누출경보기, 유도등, 투척용소화기까지 갖추고 있어지만 여전히 위험에 보였다. 소방기관에서 1년에 2번씩 점검에 나서지만 실제 요양기관이 소방훈련이나 대피훈련은 해본 적은 전혀 없기 때문.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특성상 화재 대비 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밀번호를 입력한 출입구 역시 화재에 취약해 보였다. 야간에 화재가 발생하면 관리자 1명이 일일이 문을 여닫으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옮겨야 하기 때문. 점검반은 "대다수 특수 시설의 출입구가 그렇듯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건 쉽지만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하는 등 노인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시설 측은 "치매에 걸린 노인들의 막무가내식 바깥 출입이 잦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요양시설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화재 보험금은 1억원에 불과=이곳은 포항처럼 화재 최대 보험금 역시 1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화재보험에 가입하긴 했지만 연간 납부액이 42만2천100원에 불과한 소액 보험이라는 것. 이곳 관리자는 "우리뿐 아니라 거의 모든 요양시설이 1억원짜리 보험에 가입한다"며 "보험금을 얼마 이상으로 해야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오후 3시 B노인요양병원. 이곳은 2006년 문을 열어 7개 층 중 3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곳으로 층당 550㎡ 규모로 운영되고 있지만 2008년 개정 소방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그나마 방화문 폐쇄, 비상구 확보, 소화기 1실 1대 확보, 유도등 설치 양호 등 여타 항목에서 합격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점검반은 "관련 규정을 준수했느냐 여부도 중요하지만 실제 노인들이 제대로 대피할 수 있는지 감안하는 게 중요하다"며 "소규모 요양시설의 경우에도 화재에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을 보다 광범위하게 마련하도록 법의 손질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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