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옷' 곱게 입고 경북문화가 술술술∼

입력 2010-11-16 09:48:22

안동 종가문화 텔러 콘테스트 다양한 얘기들 쏟아져

경북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문화에 이야기 옷을 입히는 작업이 곳곳에서 활발하다.

종가(宗家)와 지역 문화를 박제화된 문화가 아닌 살아있는 문화로 가꾸어 가는 '컬처 텔러(Culture Teller)', 지역의 문화 자산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이야기 옷을 입혀 고급화시키는 '스토리 텔러' 등 문화와 문화재에 이야기 옷을 입혀 지역을 가꾸는 사업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는 것.

안동문화원은 15일 문화원에서 '제1회 안동 종가문화 컬처 텔러 콘테스트'를 가졌다. 지역의 종가와 고택, 유·무형 문화를 쉽게 풀어나가기 위한 이야기꾼 양성 강좌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콘테스트를 연 것이다. 전설이나 설화, 생활사 등을 접목시켜 박제화된 문화유산이 아닌 살아있는 문화로 가꾸어 나가는 '문화 이야기 꾼'을 양성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

안동문화원은 올해 처음으로 대구경북연구원과 함께 '종가문화 컬처 텔러 양성 과정'을 운영해 왔으며 이날 수료식을 겸해 그동안 익힌 내용을 수강생들이 스스로 발표하는 기회를 갖고 안동문화 이야기 꾼으로 첫 발을 내딛게 했다.

이날 콘테스트에서 이야기꾼 김춘식(73·안동시 용상동)씨는 어느 종가의 제사 때 항상 마당에서 절해야 하는 서러움을 겪던 서자가 색시의 지혜로 한을 푼 사연을 소개했다. 김 씨는 "새댁은 신랑에게 절을 할 때 왼발은 마당에, 오른발은 마루에 올려놓고 제사를 지내라 했으며 어른들이 이유를 물어보면 '왼발은 천한 어머니의 것으로 마당에서 제를 올려야 하지만 오른발은 귀한 아버님의 것인데 어찌 마당을 밟게 할 수 있겠느냐'고 답해 적자와 서자의 화해를 이끌어 냈다"고 전했다. 손광자(74·여·안동시 신안동) 씨는 이육사 선생의 '절정'이라는 시를 읊고 육사의 생애를 재미나고 감동스럽게 이야기로 풀어내 박수를 받았다.

안동시도 10월부터 스토리 텔링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40여 명의 스토리 텔러들이 안동을 대상으로 한 문화스토리 소재 발굴을 위해 병산서원 입교당과 대청마루 등에 앉아 옛 선비와 종손, 종부의 얼을 몸으로 체험하기도 했다.

안동대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2010 지역 스토리 텔러 양성 과정' 지원사업에 선정돼 현장 전문가들과 함께 안동 소재의 스토리개발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위해 한국방송작가협회의 김옥영 이사장, 영화 '쿵푸 팬더'의 존 스티븐슨 감독이 직접 강의하고 있다.

이재춘 안동문화원장은 "안동 문화 이야기꾼 양성은 안동의 문화를 흥미있게 소개해서 안동을 꼭 다시 오고 싶어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마을 이야기와 종가 이야기, 음식과 민속놀이 등 문화, 설화와 전설, 종가 종부와 종손 등 유·무형의 문화에 이야기를 입혀 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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