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뒷북점검 보다 시설기준 강화를"

입력 2010-11-15 10:27:34

'소방 이상없음' 판정에도 대형참사 발생…'특별점검' 사후조치 비

14일 대구 서구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대구서부소방서 직원들과 요양원 관계자가 소방안전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4일 대구 서구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대구서부소방서 직원들과 요양원 관계자가 소방안전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화재로 10명이 숨진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참사 이후 정부와 경상북도 등이 추진하고 있는 '뒷북 안전점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인요양센터가 불이 나기 전에 각종 소방점검 및 평가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안전기준 강화 등 근본 대책 없이 정부와 경북도가 요양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하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상북도는 도내 노인요양시설 1천804곳에 대해 안전점검을 한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앞서 행정안전부는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이달 말까지 동절기 대비 화재예방 특별점검을 벌인다고 13일 밝혔다.

경북도는 14일 전기안전공사와 가스안전공사, 시·군 관계관 등 유관기관 및 시민단체 대표가 모인 가운데 '긴급합동점검 및 안전관리대책 추진' 회의를 갖고 15일부터 10일간 노인요양원과 요양병원, 아동·장애인시설 등 집단수용 생활시설 467곳에 대해 354명의 민·관 합동점검단을 편성해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경북도는 이번 점검에서 나온 각종 지적사항에 대해 시정조치하고, 스프링클러와 자동 화재탐지기 설치규정 등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사항은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뒤늦은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인덕노인요양센터는 전체 면적이 387㎡로 현행 소방법상 연면적 600㎡ 이상의 시설물에 설치토록 돼 있는 자동화재탐지기와 스프링클러 등은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돼 있다. 소화기와 가스누출경보기, 유도등만 설치하면 돼 지난달 포항남부소방서의 소방점검에서도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상 없음 판정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안전기준으로 인해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참사가 빚어지고 말았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천194곳의 장기요양기관 입소시설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한 결과 인덕노인요양센터는 C등급의 중급 평가를 받았다. 이 요양원은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른 요양보호사 인력배치 기준(입소자 5명당 1명)을 충족하고 있는 등 특별한 기준 미비사항도 없었다.

포항지역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은 복지부와 경북도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고 사회복지시설에서 화재와 같은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은 "노인요양시설이 우후죽순식으로 생겨나던 몇 년 전부터 이 같은 위험성을 잘 알고 미리 안전기준을 강화했더라면 이번 같은 참사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왜 사고를 당하고 난 뒤에야 뒤늦게 수습책을 마련하느라고 허둥대는지 모르겠다"고 당국의 뒷북 대책을 비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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