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초대석] 민주당 김부겸 의원 "민주, 다양한 경험 정치적 포용력 필요"

입력 2010-11-13 09:01:32

"민주당은 다양한 정치적 생각과 경험 있는 사람을 녹여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늘 영남 출신,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사실이 내 발목을 잡았습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경기 군포)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사무총장 기용이 유력시됐다. 그러나 사무총장에는 중도성향의 호남 출신 이낙연 의원이 발탁됐다.

그는 곧바로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냈다. "왜 영남 출신, 한나라당 출신 때문이라는 꼬리표가 붙습니까.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이 동시에 영남 출신이면 큰일 나는 당입니까? 눈물로 다시 호소 드립니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낙인과 멍에를 내 어깨에서 좀 벗겨주십시오"라는 내용이었다.

김 의원으로서는 민주당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릴 절호의 기회였는데 또다시 좌절당한 것이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지난해 국회교육과학기술위원장 자리까지 내던지고 원내대표에 도전했다가 원혜영 의원에게 양보한 뒤 올해 다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다가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참패했다. 영남이 고향인데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영남에 한나라당 출신'인 그는 여전히 당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하고 당직을 맡고 싶었던 것에 대해 "민주당의 책임 있는 역할을 맡으면서 뿌리를 내리고 싶었다"며 "그것으로 능력이 검증되면 정치적 자산을 갖는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고향이 상주로 경북고를 졸업했다. 말하자면 TK 주류다. 그러나 서울대 정치학과에 다니면서 유신반대 시위를 하다가 제적됐고 1980년에는 민주화의 봄을 주도하다가 다시 구속됐다. "고향의 주류세력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TK 주류로부터 핍박을 받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진보) 노선에 있어서 극단으로 흐르지 않았고 타협과 중도를 중시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 속의 진보, 중심이 분명한 정치'를 자신의 정치적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손 대표가 자신을 발탁하지 않은 데 대해 '섭섭하지 않으냐'고 직접 물었다. "왜 섭섭하지 않겠느냐"는 대답 대신 그는 "손 대표도 (나와)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탕평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탕평을 하지 않을 경우, 즉 호남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기존 주류 측이 반발해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의 당내 착근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손 전 대표와 그와의 인연은 아주 깊다. 한나라당에 있을 때 그는 두 번에 걸쳐 손 대표의 경기지사 선거대책위 대변인을 맡았다. 서울대 정치학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때 손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 민주당에 입당하자 경선캠프를 도맡은 것도 그였다. 이번에도 손 대표가 경선에 나서자 김 의원은 "민주당이 지역정당이라는 멍에를 벗어나는 데 손 대표가 가장 적합하다"는 논리로 이강철 전 수석과 도왔다.

그의 한나라당 멍에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 아니었다. 정치적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1991년 '꼬마'민주당에 입당, 정치를 시작한 그는 꼬마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합쳐 통합민주당을 창당하자 부대변인을 맡았다. 그 후 1995년 DJ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해서 분당하자, 따라가지 않고 잔류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하자 그도 한나라당 창당멤버가 됐다. 2003년 대북송금특검법안 표결 때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고 한나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 창당에 동참해 오늘날까지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이번에 당내에서 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준 덕분에 앞으로 제대로 역할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런 자산을 키워서 민주당을 전국 정당화하고 한국정당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일조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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