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최저가' 언제까지 속고 사렵니까

입력 2010-11-12 09:38:07

[대형마트 끊고 살기] <3> 가격 꼼꼼히 따져보세요

체험단 중 가장 젊은 우유미(29) 씨가 집에서 가까운 화원 5일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습니다. 흔히들 시장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아 불편하다고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친절하게 가격표시를 해 놓은 곳이 많습니다. 체험단 제공
체험단 중 가장 젊은 우유미(29) 씨가 집에서 가까운 화원 5일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습니다. 흔히들 시장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아 불편하다고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친절하게 가격표시를 해 놓은 곳이 많습니다. 체험단 제공

소비자들은 흔히 동일 브랜드에 똑같은 포장, 어림짐작으로 봐서 비슷한 사이즈라면 동일한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에서 파는 물건은 공산품이라고 할지라도 조금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묶음 판매의 경우에는 낱개 판매 제품에 비해 싼값에 내놓는 대신 조금씩 용량을 줄이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단순히 가격을 비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용량과 포장단위까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형마트 끊고살기' 시민 체험을 한 지 열흘을 넘어선 12명의 체험자들. 이제 시장 가는 일에 조금씩 맛을 들이다보이 본격적으로 대형마트의 가격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신미영(44·대구 달서구 진천동) 씨는 관문시장과 인근 대형마트를 비교했습니다. 어릴 적 봤던 관문시장은 물이 질퍽한 바닥에 조금은 어지럽게 상품들이 쌓인 모습이었는데 최근 가서 보니 하늘이 보이는 밝은 지붕에다 바닥도 깔끔해 쇼핑센터에 온 느낌이었다고 하네요. 시장에서는 싱싱한 대파가 한 단에 2천원, 남해 시금치 역시 한 단에 2천원에 불과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해 집에 가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른 미영 씨. "대파는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이 40%가량 싸고, 시금치는 대형마트 것이 조금 더 저렴했지만 신선도가 떨어지고 묶음이 훨씬 작더라"고 했습니다.

아예 한 술 더 뜨는 억척주부들. 꼼꼼하게 가격표까지 만들어가며 비교에 나섰습니다. 최명희 씨는 경산시장과 대형마트의 가격을 비교했습니다. 농수산물의 경우에는 상품의 질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가급적 육안으로 봐서 비슷한 수준의 상품들을 비교했습니다. 단감, 사과, 시금치, 가지, 무, 파프리카, 오징어, 바나나, 삼겹살, 생닭 등 10가지를 비교한 것이죠. 대형마트에서 이 제품들을 모두 구매하려면 3만6천970원이 소요되는 데 비해 경산시장에서는 2만8천560원밖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형마트의 77% 수준이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퐁퐁가족님'은 "마트의 삼겹살 특가행사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격차이가 넘기 힘들 정도로 컸다"며 "특히 당시 대형마트는 개점 17주년 기념 행사 중이라 특별히 저렴한 가격이었음을 감안하면 평상시에는 가격차가 더 클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정희(34·북구 복현동) 씨는 동네 중형급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의 가격을 비교했는데요. 대파, 시금치 등의 농산물 4종류를 비롯해 콩기름, 믹스커피, 골뱅이 통조림 등 11종류의 공산품까지 모두 15종류의 제품 가격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대형마트에 비해 동네 슈퍼가 무려 1만9천428원(31%)이 쌌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려면 6만1천718원이 필요했지만 동네 슈퍼에서는 4만2천290원에 불과했던 것이죠. 정희 씨는 "대형마트가 가격 경쟁력에서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동네마트가 훨씬 쌌다"며 "가격차이가 너무 나는 것이 이상해 심지어 동네슈퍼 계산원에게 '혹시 장사 그만할 거예요'라고 물어보기까지 했다"며 어이없어 했습니다.

제갈민 씨 역시 동네 슈퍼와 대형마트 공산품 가격을 비교해 봤는데요. 그는 "공산품은 다 같다고 생각했는데 양부터 시작해서 포장지 모양까지 조금씩 다른 게 많다 보니 비교하기가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동일한 브랜드, 동일 상품명을 달고 있지만 조금씩 사이즈가 차이가 있는 제품들을 중량까지 꼼꼼히 나눠 비교한 결과 모두 11개 제품 중 동네슈퍼 가격이 더 싼 제품이 9개. 대형마트가 더 저렴한 제품은 고작 4개에 불과했습니다. 제갈민 씨는 "체험 프로젝트를 하면서 대형마트에 가야할 이유가 하나씩 사라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속고 살았던 것입니다. 대형마트들이 광고하는 '최저가'에 너무 세뇌된 것이죠. 최명희 씨는 "골목가게들 다 죽고 나면 그때는 거짓말 같은 대형마트의 '최저가'로 울며 겨자먹기로 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심지어는 내용물의 질에도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주부도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눈을 교묘하게 현혹시키는 기업의 상술. 꼼꼼하게 적어가면서 비교하지 않으면 속을 수밖에 없는 이런 눈속임에 대한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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