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소셜네트워크

입력 2010-11-11 08:04:08

데이빗 핀처 감독의 신작 '소설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서 5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기록하고 있는 네트워크 사이트 '페이스북'의 탄생비화와 성공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면서 몰입도 최고의 훌륭한 영화다.

'세븐' '파이트클럽' '패닉룸' 등 연출작마다 부서진 이빨 신경을 건드리는 듯 신산(辛酸)한 작품을 선보이던 데이빗 핀처 감독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평범한 감독으로 전락하나 싶었는데,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작품을 내놓았다.

'페이스북'은 개인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의 개념을 넘어 온라인에 자신의 정보를 펼쳐놓고 누구나 글을 달고,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메신저 형태의 네트워크다. 사회성을 높인 소셜 네트워크다. 이를 처음 창안한 것이 하버드대 괴짜 마크 주커버그이고, 그는 페이스북으로 개인 재산 64억 달러(한화 약 7조원)로 미국 35위의 부자에 올랐다.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의 창업 과정을 통해 최고 경영자 주커버그의 성공담과 이를 둘러싼 갈등과 배신 등 이면사를 그린 작품이다.

하버드대 컴퓨터 천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는 눈 오는 날도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언제나 뛰어다니며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힌 괴짜다. 조용히 있을 때는 오직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뿐이다. 명문대 학생들의 엘리트 교내 클럽에는 얼씬도 못하는 작은 키에 볼품없는 인물이다.

그가 교내 엘리트 클럽의 윈클보스 형제로부터 하버드대생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제작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러나 마크는 독자적으로 '더 페이스북'을 만든다. '더 페이스북'은 순식간에 많은 가입자를 끌어들이며 화제를 모은다. 여기에 음악 무료다운사이트 냅스터로 유명한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참여하면서 단순한 사이트를 넘어 전 세계로 서비스를 넓히게 된다.

그러나 주커버그는 윈클보스 형제들로부터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다. 주커버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페이스북을 처음 만들 때 자금을 댔던 공동창업자 세브린(앤드류 가필드)도 지분을 빼앗기자 소송을 제기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얽히고설킨 소송과정을 중심 뼈대로 전후의 시간대를 오가며 페이스북의 탄생 과정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조롭기 짝이 없는 실화 스토리다.

그러나 데이빗 핀처는 놀라운 연출력으로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다. 주커버그를 중심으로 세브린, 윈클보스 형제, 파커 등의 인물을 엮어 서로의 욕심이 첨예하게 충돌시키고, 이를 이기주의와 자본의 논리가 판을 치는 비즈니스의 냉혹한 현실로 몰아넣어 프라이팬에 끼얹은 물처럼 튀게 만든다. 자기모순과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속도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특히 주커버그의 캐릭터가 입체적이어서 실감을 더한다. 주커버그는 SAT(미국 대학입학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자랑하고, 자신을 차버린 여자 친구의 작은 가슴을 온라인을 통해 폭로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심드렁하지만 폐쇄적인 엘리트 모임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하고, 남의 아이디어를 가로채고, 친구까지 배신한다.

그는 전 세계 5억 명의 인구를 서로 중매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외톨이가 되고 만다. 유일한 친구를 잃고, 자본에게 영혼을 잃고, 마지막에는 잃어버린 꿈을 그리워한다.

주커버그 역의 아이젠버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속사포 같은 대사에 멍하고 쓸쓸한 눈빛 등 다양한 심상을 잘 연기하고 있다.

작가 애런 소킨의 치밀한 각본도 치밀하고, 트렌트 레즈너의 음악 또한 일품이다. 여기에 감독의 연출력이 합쳐져 '소셜 네트워크'는 군더더기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주커버그에게 호감을 가진 변호사는 소송이 마무리되고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되도록 지독히 노력하고 있을 뿐이죠."

어릴 적 꿈 '로즈 버드'를 그리며 쓸쓸하게 삶을 마감한 '시민 케인'(1941년. 오손 웰즈 감독)의 인생무상이 주커버그에게서 오버랩된다.

러닝타임 120분. 15세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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