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장성필 남성복 맞춤정장 '매니아'대표

입력 2010-11-09 09:36:23

"장애인 복지 보탬된다면 계속 양복기부 할 터"

35년째 맞춤양복을 해오고 있는 장성필 대표가 양복을 완성한 뒤 옷을 다림질하고 있다.
35년째 맞춤양복을 해오고 있는 장성필 대표가 양복을 완성한 뒤 옷을 다림질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제가 만든 옷이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따스하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대구 토종의 남성복 맞춤정장 전문점인 매니아(MANIA) 장성필(55) 대표. 그는 장애인을 돕는 '천사 양복쟁이'이다. 장애인 단체 바자회 등 행사에 연간 1천~1천300벌의 양복을 남몰래 기부하고 있기때문이다.

최근 장 대표는 대구시농아인협회 복지기금 마련 한마음 장터 행사에 370벌의 양복을 물품으로 기증했다. 또 매년 열리는 대구 남구청 대덕제에도 700~800벌의 양복을 기부하고 있고, 구청 단위 장애인 행사나 교회 바자회에도 수 차례 양복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달 입양아의 날에는 기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과거에는 양복을 팔아 현금을 기부해왔지만 요즘은 양복 물품을 기증하고 있어요. 장애인 복지에 보탬이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양복을 기부할 계획입니다."

장 대표가 기부하는 물품은 전국 매장 8개 숍에 전시하는 샘플용이다. 1년 단위로 전시한 정장양복을 수거해 세탁과 수선 과정을 거친 뒤 장애인 단체에 보내주고 있는 것. 벌써 장애인 단체에 옷을 기부한 지도 7, 8년 됐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외에도 프로축구 대구FC 선수·임원들에게도 올봄 정장 48벌을 기부했으며 성주군청 하키선수팀에도 단복을 4년째 보내주고 있다.

"비장애인들은 재단·재봉 등 기술을 배우려고 하지 않아요. 기술을 배운 장애인들은 얼마나 꼼꼼하게 열심히 일하는지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그는 장애인 고용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체 종업원 25명 중 6명을 장애인직업훈련센터에 의뢰해 맞춤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도 어릴 적 힘든 생활을 했다고 회상했다. 청도 운문면에서 태어난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69년 부산의 한 양복점에 취직해 10여년 동안 피눈물로 양복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처음에는 양복기술을 가르쳐주지 않고 심부름만 시켰어요. 그리고 매일 아침 다림질할 불을 피우는 것도 저의 일이지요. 1년이 지나서야 단추 구멍 누비는 기술을 가르쳐 주더군요"

그후 1980년도에 대구에 올라온 그는 서문시장에서 맞춤양복 하청공장을 시작했고 이후 재봉 기계를 사서 본격적으로 맞춤정장을 만들게 됐다. 2000년도에 남구청 근처로 매장과 공장을 옮겨 지금껏 운영하고 있다.

"공장을 갖고 양복을 만들다보니 중간 마진을 없애고 값싼 양복을 만들 수 있지요. 1990년대 당시 우리 매장 맞춤양복 한벌이 타 양복점의 30% 수준인 15만원 정도였으니까요."

그는 양복값이 싸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소비자들이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한 번 입어본 소비자들이 옷이 좋다는 입소문을 내면서 판매가 급속도로 늘어났다고 했다. 지금도 고급 원단을 사용한 맞춤양복 한벌이 22만~25만원 수준이다.

양복장이 35년만에 그는 전국에 매장을 광역시 단위로 8개를 개설해 월 평균 1천500~1천700벌의 맞춤양복을 판매, 우리나라 남성복 맞춤양복 업계 최대 규모로 성장시켰다.

"고위 공무원 중에서는 고인이 된 이의근 지사가 우리 매장 양복을 처음 입었어요. 그것이 입소문 나 국장·과장 등 하위직 공무원으로 확산됐지요. 또 가수 설운도도 8년째 저의 옷을 입고 있고, 배우 강신성일씨도 고객이죠. 무명 가수 등 연예인 고객도 무수히 많지요."

교보생명, 대한생명, 농협 등 금융맨들이 주고객층인 '매니아'는 독일 자동차 회사 벤츠 직원들이나 주한 미군 등 국내외 고객을 망라하고 있다. 우리나라 맞춤양복을 입는 소비자 4명 중 1명은 '매니아' 옷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날 맞춤양복의 사양길 속에서도 품질은 좋고 가격은 싸게 공급한 전략이 성공비결 같다고 분석했다.

"사람마다 체형이 달라요. 맞춤양복의 생명은 체형을 얼마나 잘 보는가에 달렸어요. 체형을 잘 봐야 치수를 정확하게 재고 그리고 재단과 재봉이 순조롭게 이뤄져 몸에 맞는 편안한 옷이 될 수 있죠" 오랜 세월 양복장이로 살아온 그는 손님이 오면 체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있는 그에게 꿈이 하나 있다. 중국에 매장을 내는 것이다. 현재 중국인 1명이 자신의 매장에서 기술을 연수 중이다. 내년쯤이면 중국 매장이 문을 열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는 자신의 양복기술을 전수하는 데도 남다르다. 결혼한 두 자녀 모두 아버지 밑에서 양복기술을 익히며 자랑스럽게 일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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