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KTX)의 대구-경주-부산을 잇는 2단계 구간이 지난주에 개통이 되었다. 그 덕에 1905년 경부선 철도 개통 당시에 17시간이 걸리던 서울-부산을 이제는 무정차로는 2시간 8분에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국이 '두 시간 생활권'이라느니 또는 '반나절 생활권'이라고 떠들썩하고, 심지어는 시간으로만 보면 전국이 하나의 도시처럼 되었다고 야단들이다.
그러자 각종 연구소에서는 KTX로 인해 지역별로 파급될 여러 분야의 효과를 예측하고 있는데 여기서 '빨대효과'와 '분산효과'라는 재밌는 용어가 등장한다. 소위 빨대효과란 KTX를 통해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말한다. 수도권에서 주변의 돈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빨아들인다는 말인데 쇼핑을 하거나 연극을 보러 대구나 부산에서 잠시 서울에 갔다 온다는 등의 이야기겠다. 그리고 이와 반대되는 개념의 분산효과는 서울에서 오전에 업무를 보다가 머리를 식히러 잠시 부산의 바닷가에 가서 생선회를 먹거나, 경주의 안압지를 둘러보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나머지 오후 업무를 본다는 등의 예가 되겠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모두가 충분히 가능할 뿐 아니라 매력적이기까지 한 얘기다. 다만 어떤 효과가 더 클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이번에 새로 개통된 구간에 있는 경주-울산-부산이나, 또 다른 종착역인 서울의 관심을 끌지는 몰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는 그저 심드렁할 뿐이다.
대구의 경우는 2004년 4월 KTX 1단계가 개통된 후 6년간의 기간에 이미 대부분의 효과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실례로 일본 신칸센의 경우, 고속철도의 속도가 향상될수록 분산(지역개발)효과는 가속되고 빨대(수도권집중)효과는 반감되었다는 결과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속한 의료분야가 궁금하여 우리 병원의 자료부터 한번 되짚어 보았다. 실제로 그동안 KTX를 통한 서울로의 환자유출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았었다. 일단 응급환자는 멀리 갈 시간과 여유가 없으므로 병이 중하면서도 비교적 시간의 여유가 있는 암환자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그랬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KTX 개통 전후의 각 1년간 비교에서 전체 환자의 입원과 외래, 암환자의 입원과 외래 숫자가 거의 변동이 없었다. 해마다 소폭씩 상승하는 것을 감안하면 첫 해엔 조금 줄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통 후 1년과 최근 1년을 비교하니 전체 환자 수는 외래가 18%, 입원이 14% 증가하였는데 암환자 수는 외래가 무려 82%, 입원이 28% 증가하였다. 외래만큼 입원이 따라 증가하지 못한 것은 그동안 병실과 수술실을 별로 못 늘렸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KTX 개통 당시에 모두가 환자유출을 걱정할 때 당시의 원장님이 "KTX는 하행선도 있다"고 한 말씀이 생각났다. 이제 대구로 오는 상행선까지 구비되었으니 환자를 맞을 준비부터 해야 할 일이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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