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습지의 눈물

입력 2010-11-02 10:38:47

구미는 경북 내륙 도시지만 남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먼저 옛 선산(善山) 지역의 목가적이고 역사 문화적인 토양과 구미공단이라는 현대적이고 최첨단 산업단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토박이들과 외지 유입 젊은층이 잘 배합돼 도시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경북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금오산이라는 양기(陽氣)와 낙동강 습지라는 음기(陰氣)가 동시에 도시를 감싸고 있다는 점이다. 금오산의 정기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낙동강 습지,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 해평습지다. 강이 굽이치면서 만들어 낸 모래톱과 너른 습지대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첨단도시 구미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일선교에서 바라보는 노을 진 낙동강은 환상적이다.

이 해평습지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겨울의 진객 두루미 떼. 이 중 천연기념물 제228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흑두루미는 매년 2천~4천 마리,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는 400~800여 마리가 이곳을 찾는다. 모두 세계적 멸종 위기 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귀한 새들이다. 러시아 아무르 강 유역에서 출발하여 몽골, 중국을 거쳐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1, 2일 머무르면서 기력을 보충한 뒤 다시 일본 이즈미로 날아가는 철새다.

따라서 해마다 이맘때면 지역주민들은 숨을 죽인다. 두루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강바닥 출입을 삼간다. 야생동물 감시원도 배치해 극진히 보살핀다. 며칠이라도 더 머물고 가라는 배려다. 몇 마리가 날아가지 않고 월동이라도 하고 있으면 그들의 생태는 매일매일 상부로 보고된다.

이런 해평습지가 최근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해 크게 훼손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올해 찾아온 두루미 개체 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되자 뒤늦게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설계 변경을 통해서라도 습지 일부를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기로 했다. 구미시도 낙동강 사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최대한 습지를 살리겠다고 했다.

개발에 밀려 해평습지가 줄어드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이런 세계적인 습지가 있는데도 이에 대한 충분한 사전 보존 대책 없이 문제가 불거지자 땜질하려는 듯한 당국의 태도다. 아무리 낙동강 사업을 찬성하는 지역민이라도 이런 대목에서는 과연 '친환경적 사업'인가 의문이 든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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