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균의 운동은 藥이다] 걷기운동, 뇌건강·치매에도 뛰어난 효과

입력 2010-11-01 08:15:51

걷기는 두 다리가 성한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관절이나 심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나 노인들도 부상의 위험없이 할 수 있다. 별다른 힘도 들지 않는 걷기가 무슨 큰 운동이 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걷기운동이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뇌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미국국립노화연구소는 많이 걷는 노인이 젊은 뇌를 유지하며 인지장애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신경학 저널(Neurology)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진들은 1989년부터 300여 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신체활동과 인지(혹은 사고) 패턴의 변화를 추적해왔다. 연구시작 당시 노인들의 평균 나이는 78세였으며 모두 건강한 뇌기능을 유지한 상태였다. 13년이 지난 후 100여 명 노인들에게서 약한 정도의 인지장애 혹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뇌기능이 떨어지는 노인과 건강한 노인을 비교 분석한 결과 연구진들은 걷기 운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향후 10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뇌 회백질의 용량을 더 많이 보존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회백질의 해마는 기억의 저장과 상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시작 당시 뇌 회백질의 용량이 많으면서 활동적인 사람들의 경우 인지 장애에 걸릴 확률이 절반으로 줄었다.

걷기와 회백질의 용량과의 상관관계는 규칙적으로 매주 10~15㎞ 정도를 걷는 사람들에게만 나타났다. 즉 매주 걷기 운동량이 10㎞ 미만인 경우 뇌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또 15㎞ 이상 걷는다고 해서 뇌의 인지기능 향상에 더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걷기 운동을 하지 않은 경우 나이가 들면서 뇌의 퇴화와 회백질의 감소가 크게 나타났다.

지금까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기억력이 감퇴하고 뇌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규칙적인 운동으로 노인들도 탄탄한 근육과 건강한 관절을 유지할 수 있듯, 나이가 들어도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뇌 조직의 위축을 방지하고 기억력과 같은 뇌기능을 잘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셈이다. 뇌도 우리 신체의 한 부분이다. 사람의 신체는 사용하고 자극을 주면 줄수록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면 기능은 퇴화한다. 하루 2㎞ 정도의 걷기는 관절과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혈관의 건강을 유지해주며 뇌의 건강도 유지해준다.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과 뇌 과학자들은 뇌의 퇴화를 방지할 수 있는 약물의 개발에 힘써 왔다. 가까운 장래에 뇌의 노화를 방지하는 신비의 명약이 개발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운동, 즉 걷기와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는 생활습관만 유지한다면 치매나 기억력 감퇴, 사고능력의 감퇴와 같은 뇌기능 저하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뇌기능은 한번 퇴화하면 회복하기 어렵다. 늦기 전에 걷기 운동을 시작하자.

이종균 운동사·meda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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