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처를 죽이고 불교를 말하나?"

입력 2010-11-01 07:53:27

'불교성지순례' 책 펴낸 대연 스님

최근 불교성지 안내서인
최근 불교성지 안내서인 '불교성지 순례'를 펴낸 대연 스님은 "요즘 불교계는 석가모니 부처를 말하지 않는다"며 서슬 퍼렇게 비판을 쏟아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연(49) 스님은 방랑자였다. 국내외 발길이 닿는 대로 이리저리 다니며 수행했다. 틀에 박히고 속세에 목을 매는 사찰이 싫었다. "요즘 불교계는 석가모니 부처를 말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그는 어찌 보면 불교계의 이단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떳떳하게 불교를 설파한다. 부처를 제대로 알아야 불교의 진 모습을 깨닫는다는 생각에 인도, 네팔 등 불교 성지를 10차례 정도 왔다갔다 했고 공력을 들여 불교 성지를 세심하게 안내하는 책 '불교성지순례'을 펴냈다.

스님이 지난해부터 머물고 있는 인오선원(대구 동구 신천3동)을 찾았다. 널찍한 방 내부는 의외로 단순했다. 단상에 불상과 커다란 사진 한 장이 걸려 있다. 그 흔한 목탁이나 염주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벽에 걸려있는 큰 사진은 부처가 가장 오래 머문 절인 기원정사의 간다꾸띠(부처가 머물던 건물)를 찍은 것으로 제가 1년 정도 저곳 나무 밑에 앉아 수행하기도 했죠."

그는 책 소개는 뒷전이었다. 불교 세태에 대한 비판부터 시작했다. 기자에게 대뜸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석가모니 부처에 대해서는 잘 들어보지 못했죠?"라고 묻는다.

불교의 근본은 석가모니인데 이를 잊어버린 불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는 부처님의 근본 정신을 추구하지 않는 세태 때문이라고 했다. 경전을 이해하려면 수행밖에 없는데 불자들이 생계나 권위에 치우치다 보니 발생한 결과라고 했다.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요즘 많은 스님이 '죄'라는 표현을 쓰는데 사실 불교에서는 죄라는 개념이 없어요. 불교는 신이 없는 종교라 누군가에 의해 심판받지도 않고 단지 자기 자신의 행위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죠. 부처님은 선한 행위를 하면 선한 결과를, 악한 행위를 하면 악한 결과가 올 뿐이라고 말씀하셨죠."

관세음보살에게 기도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보살에 열심히 기도하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분위기를 만들지만 실제로 이는 부처의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산사 음악회도 그의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춤과 노래는 수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데 몇몇 사찰이 주도해서 음악회를 열고 이를 통해 교세를 확장하려는 것은 불교 교리를 펴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되죠."

스님은 먹을거리에 대한 주관도 남다르다. 흔히 불교에서 금하고 있는 고기를 서슴없이 입에 댄다. 이런 모습에 과거에는 '땡중'이라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고 논쟁도 많이 했다고 한다.

"계율에 살생하지 말라는 내용은 있어도 죽은 것을 먹지 말라는 내용은 없어요. 수행 방법 중 신도들에게 밥을 빌어오는 탁발(托鉢)이 있는데요. 주는 것은 뭐든지 먹는 것이 도리죠. 스리랑카나 베트남 등 외국 스님들도 먹는 것은 안 가립니다. 고기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중국에서 변질돼 넘어온 것이죠." 대신 그에게 술이나 담배 등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 수행은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만 가능한데 이것들은 정신을 흩트리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불교성지 순례'라는 책을 펴내기 위해 8년을 투자했다. 자신이 찍은 사진만 1만6천 장에 이른다. "2002년 성지 순례를 할 때 그곳에서 만난 안내자와 한국 신자들이 성지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더라고요. 이 같은 문제를 주위 스님에게 물어봐도 만족스런 대답을 얻지 못했죠. 불교 성지를 제대로 알면 부처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작업을 시작했죠."

책은 순례기가 아니라 여행 안내서이다. 기차 시간표와 음식, 버스 정보 등 신도들이 성지 순례를 할 때 필요한 정보는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완벽하게 따를 수는 없죠. 부처님이 사는 시대와 지금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그분의 말씀에 가장 가깝게 살려고 항상 애쓰죠." 이 책은 부처를 제대로 알라는 대연 스님의 또 다른 항변처럼 느껴졌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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