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도시 대구의 재발견' 제임스 그레이슨 英 셰필드大 교수

입력 2010-10-29 07:35:32

"대구 옛 자취 대부분 사라져 충격"

제임스 그레이슨(사진) 영국 셰필드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너무 서운하고 충격적"이라고 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10년 가까이 대구에 살면서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적이라는 농담을 들을 정도였던 그는 대구의 전통 집들이 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1980년대 초 계명대에 있을 때 대구의 역사와 유적을 소개하는 책을 내면서 대구의 전통 집들에 관심을 많이 가졌죠. 하지만 지금은 30년 전 건물이 대부분 사라졌더라고요." 옛 자취는 온데간데 없이 그 자리를 음식점이나 주차장이 꿰차고 있고 넓은 도로와 백화점들이 가세하고 있다고 했다.

그레이슨 교수는 최근 계명대에서 열린 '한국학 국제학술대회 2010'에서 '성곽도시 대구의 재발견 및 향후 대책'이란 주제 발표를 하면서 옛 성곽 도시 대구의 장점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는 조선 중기 이후 한국의 3대 도시 중 하나인데다 대구읍성은 10리에 이를 정도로 거대해 그 역사적인 가치를 살린다면 충분히 문화적 관광상품이 될 수 있는데 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성곽 내외 자리에 관심을 조금만 가지면 역사적인 모습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요. 옛 유적이나 유물을 발굴할 수도 있고요. 실제로 영국 셰필드에서는 시내 공사를 하다 중세 유물을 발굴하기도 했어요. 아직도 성곽 내에는 역사적인 가치를 가진 집들이 230채는 됩니다. 대부분 빈 집들이죠." 그는 예를 들었다. 약령길 175번지에 자리한 규모가 큰 한옥은 전통 무용이나 연극·연주회 등 공연을 하는 장소로 활용하면 좋고 방치되고 있는 북성로 1길 68번지 건물은 1960~70년대를 대표하는 건축 양식으로 잘 보존하면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그레이슨 교수는 현실적으로 건물 하나하나를 보전하는 방법보다 성곽 내외 지역을 전체적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른바 '문화촌'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달성공원과 대구읍성, 그리고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종로 등을 아우르는 문화촌으로 조성해 관광벨트화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종로는 화교들이 많이 사니까 차이나타운 형식으로 꾸며 음식점이나 민속 전문점 등을 유치하고 향촌동은 근·현대 문화의 중심지였던 만큼 현대 문화타운으로 가꾸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이 같은 문화촌 조성은 옛 것을 보전·복원하고 조금의 상품성을 가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구시 입장에서도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요크시의 경우 이 같은 조성 사업으로 로마시대, 앵글로색슨시대, 바이킹시대, 중세 등 시대별로 성벽과 가옥 등의 흔적이 잘 보전돼 있다고 했다. "관광도시로서의 대구를 멀리서 찾으면 안됩니다. 기존에 있는 역사를 최대한 복원하고 키우는 작업이 필요하죠."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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