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센터 건립' 촉구 등 길이 100m 시민 1만명 서명
조선시대 선비 1만여 명이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상소를 올려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만인소'(萬人疏)가 '안동 만인소'로 재현돼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된다.
이날 전달될 만인소는 1881년 안동·상주 등 영남의 유생들이 '위정척사론'(衛正斥邪論)을 내세우면서 개화정책을 비판하고 그 추진자들을 규탄했던 마지막 만인소 이후 중단된 지 꼭 130년 만에 부활된 것이다.
안동시에 따르면 이날 만인소 청와대 봉소의례에는 권영세 안동시장과 김광림 국회의원을 비롯해 소두(疏頭) 역할을 맡은 이재춘(70·안동차전놀이 기능보유자) 안동문화원장, 만인소장을 쓴 서예가 박문환(63) 씨 등 지역 유림 10여 명의 참석자들이 모두 전통 의례복을 입는다. 만인소 봉소 행렬이 청와대 춘추관에 도착하면 이재춘 원장의 만인소 요약본 낭독과 함께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될 예정이다.
봉소의례는 1시간여 동안 진행되며 춘추관 전정에 폭 111cm, 길이 100m에 이르는 만인소 원본이 전시되는 가운데 당시 임금이 만인소 말미에 적는 가부의 대답을 그대로 재현하는 '비답 하명'(批答 下命) 절차에 따라 이 대통령이 직접 말과 행동으로 만인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날 전달될 안동 만인소는 안동 시민 1만93명의 서명을 담았으며 '퇴계 이황의 교육 전통을 계승하고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서 토대를 다지려고 합니다'라는 요지로 전통 문화가 잘 보존된 안동이 지식기반사회에서 평생학습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북도청 이전에 맞춰 '평생학습센터 건립'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을 담았다. 또한 하회마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퇴계의 교육 전통도 평생학습 차원에서 살려나갈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실었다.
이재춘 안동문화원장은 "만인소를 통해 1792년 정조 때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이우 선생을 비롯해 영남 유생 1만 명이 사도세자의 원통함을 호소했다"며 "1880년 고종 당시에도 이만손 선생 등 전국 유생 1만 명이 척사위정 정책을 상소하는 등 모두 일곱 차례 진행된 만인소의 모습을 형식적인 것보다 실제 의미있게 재현하고자 한다"고 했다. 하회마을 충효당 서애 류성룡 선생의 14대손인 류영하 옹은 "안동은 국가지정 문화재가 300여 점이나 되고 독립운동 유공자 수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며 "이번 만인소를 통해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만인소:유생들은 정부의 정책에 불만이나 이견이 있을 경우 상소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 수 있었다. 상소는 주로 개인적으로 하나 때로는 많은 유생들이 연명으로 하기도 했다. 집단상소는 처음에 수백 명이 연명했다가 후대로 가면서 규모가 점점 커져 18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1만 명 내외의 유생들이 연명하는 경우도 생겼는데, 이를 만인소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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