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륜중·고등학교 동문들은 모교를'민족학교'로 여기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개교 슬로건이 '민족주의 사상 고취'였기 때문이다. 1921년 당시 대구의 애국지사였던 홍주일, 김영서, 정운기는 일제강점기 민족과 애국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한 민족학교의 설립에 뜻을 모아 지금의 대구은행 서성로지점에 위치했던 '우현서루'(友弦書樓)를 가교사로 해 사설 학습강습소인 '교남학원'(嶠南學院)을 열었다. 항일의 기치를 내건 교남학원엔 세 명의 설립자와 더불어 이효상, 김상열, 김준기, 권중휘, 이동구, 김준, 김옥근 등 당대의 젊은 학사(學士)들이 교사로 포진했다.
이어 민족시인 육사 이원록과 형 이원조, 이상화도 이곳에서 각 영어, 작문 및 조선어를 가르쳤다. 대륜중·고등학교의 전신인 교남학원은 그야말로 민족주의 사상의 산실이 됐다. 이렇게 출발한 대륜중·고등학교는 올해로 개교 89주년을 맞았다. 그 동안 배출한 동문의 수는 6만1천여 명에 이른다.
올 1월 취임한 대륜 동창회(대륜중·고등학교 총동창회의 법인명칭) 곽성근(39회·64·㈜맥섬석GM그룹 대표) 회장은 "선배들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세 애국지사는 일본의 박해를 벗어나려면 머리도 좋아야 할뿐 아니라 주먹도 있어야 한다며 복싱과 핸드볼을 교기를 삼았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학교 측의 배려도 남달랐다고 곽 회장은 기억했다. 그 일례로 이미 1960년대 중반 무렵 대륜중·고등학교엔 전국 최초로 수세식 변기가 설치되기도 했다.
곽 회장은 "우리학교 교훈이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남을 사랑하자'이다"면서 "이런 모교의 정신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동창회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목표는 동창회관의 건립"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크게 넓게 보며 동창회의 활성화에 주력하겠으며 동문들의 통합을 위해 힘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세찼던 '방천바람'을 아시나요
대륜중·고등학교가 1988년 12월 대구시 수성구 만촌3동 현교사로 이전하기 이전 수성동에 소재했을 때 학교를 다녔던 동문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기억하는 추억거리 중 하나가 신천, 즉 방천의 세찬 강바람일 것이다.
동창회 한정락(42회·61) 사무국장은 "겨울철 걸어서 등하교할 때마다 맞닥뜨리는 차가운 방천바람은 귓불이 얼얼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의복도 변변찮은 60, 70년대 시절 학생들은 주변에 바람을 막을 다른 건물들도 없이 살을 에는 듯 황량한 강바람을 온몸으로 맞아들여야 했다. 바람은 1980년대 학교주변에 빌딩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경우 잦아들기 시작했다. 당시 학교와 지척에 있던 남산여고와 관련된 일화 또한 대륜 동문들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다. 학교와 약 100여m도 떨어지지 않은 여고를 지날 때마다 으레 짓궂은 친구 한 둘은 옆 친구의 모자를 빼앗아 여고 운동장 너머로 던져버렸다. 그럴 때마다 숫기 없는 친구들은 볼이 벌겋게 될 정도로 상기된 얼굴로 여고운동장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모자를 주워 와야 했다.
하지만 세찬 방천바람의 순기능 효과도 있다. 함께 방천바람을 맞아가며 동문수학한 대륜동창회 모임에서는 제 아무리 출세한 후배라도 "내가 누군데…"라며 으스대다가는 혼쭐이 난다. 그만큼 기수별 선후배의 예절이 깍듯한 것도 특징이다.
◆모교지원 장학금 제도
대륜동창회의 모교 지원 장학금 모금방식은 독특하다. 성공한 한 동문이 뭉칫돈을 기탁하기보다는 동문들 한 명 한 명씩 계좌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동창회에서 모교에 지원하는 장학금은 전체학생의 8.9%에게 1년간 등록금을 주고 있다. 동창회에서는 이를 1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액수를 밝히기 꺼려했지만 대륜고 동창회 총 장학기금은 동아리별, 기수별, 개인별 및 재경장학재단, 한솔장학재단, 외부 장학금 등을 합해 지역 동창회 중 가장 많은 액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또 동창회에서는 매년 70명의 재학생을 선발해 하루 동안 서울대, 청와대,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둘러보는 투어를 갖는다. 이는 민족학교의 전통을 이어받고 후배들의 동기유발을 목적으로 한 행사로 다른 학교 총동창회에는 없는 대륜 동창회만의 행사다.
◆학교를 빛낸 동문들
대륜 동문들은 '민족학교'로서의 전통 때문인지는 몰라도 60년대와 70년대 졸업생들은 정계와 관계에 많이 진출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엔 경제계와 국정원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정·관계 동문으로는 최시중(30회) 방송통신위원장, 박종근(28회), 김성조(49회), 유승민(49회) 국회의원, 김수정(47회) 울산경찰청장 등을 비롯해 김영준(21회) 전 감사원장, 이만섭(23회) 전 국회의장, 문희갑(29회) 전 대구시장 등이 있다. 교육계엔 이영우(37회) 경북도교육감이 있다. 재계엔 홍세흠(26회) 현대 TMS 회장, 박성인(31회) 삼성스포츠단 사장, 서영종 (43회) 기아차 사장, 유부근(46회) 삼성전자 사장 등이 포진하고 있다.
◆동창회 연중행사
매년 1월 말 신년교례회 및 총회를 열고 10월 둘째 주 일요일에 대륜동문체육대회를 연다. 매년 4월 초엔 대륜동창회 장학생 선발 및 장학금 전달식이 있다. 또 5월 중순엔 기별 체육대회와 야유회를 갖는다. 또 채륜회 및 샛별회를 중심으로 골프대회가 열린다. 특히 10월의 체육대회 때는 주관기수와 재경동문 등이 약 3천만원의 모교발전기금을 전달한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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