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희의 즐거운 책 읽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 서정오 /현암사

입력 2010-10-21 13:55:29

우리의 삶속에 스며 있는 신과 이야기들

몇 년 전 만화 그리스로마신화가 아이들에게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그 긴 신들의 이름과 에피소드를 줄줄 외웠고, 비슷한 시기에 얼마 전 타계한 이윤기 선생의 그리스로마신화가 출판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때 아니게 신화 열풍이 부는 듯했다.

서양문화를 이해하는 핵심코드가 그리스로마신화와 성경이라고 들어왔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신화 관련 책을 찾지 못했던 터라 나 역시 그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신화는 왜 쉽게 씌어진 책이 없는지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우리 옛이야기를 발굴하여 쉬운 말로 풀어쓴 옛이야기 책들로 유명한 서정오 선생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를 펴냈을 때 정말 반가웠다.

서정오 선생이 말하는 우리 신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자.

'아득한 옛날부터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은 모든 사물의 언저리에 신을 창조했다. 하늘과 땅과 산과 바다에서부터 집안의 부엌과 곳간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눈길과 손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신이 있었다.

이 신들은 사람의 뜻으로 창조되었지만, 크고 작은 권능을 가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그들의 삶을 지배해 왔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신의 권능에 기대어 소원을 빌고 하소연하고, 때로는 두려워하고 삼가면서 살아왔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갖가지 아기자기한 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것이 우리 신화다.

우리 겨레는 그 어떤 민족보다 넉넉한 신화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우리 신화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씌어졌다.'

전해 오는 신화 가운데 스물한 편을 골라 실었으며, 단군신화나 고주몽신화와 같은 문헌신화는 넣지 않고 구전신화만을 대상으로 했다고 한다.

구전신화의 대부분은 무속신화인데, 이러한 무속신화 중에서 줄거리가 탄탄하고 재미있는 것을 골랐다. 또한 구전신화 중에서도 당신이나 마을신, 성씨 시조신같이 특정 지역이나 공동체와 관계가 깊은 신화 대신 보편성을 갖춘 것을 골라 실었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신화의 주인공들을 살펴보자. 이승과 저승, 하늘 세상과 땅 세상을 통틀어 으뜸가는 신인 옥황상제(천지왕이라고도 불린다), 땅 세상 지국성 슬기부인인 백주할머니의 외동딸로 태어나 천지왕의 아내가 되어 땅 세상을 다스리는 신인 바지왕, 옥황상제의 맏아들 대별왕, 옥황상제의 둘째아들 소별왕, 부모를 찾아 원천강을 다녀오면서 온갖 모험을 하는 소녀 오늘이, 죽은 사람을 저승길로 이끌어주는 신으로서, 섬나라 오구대왕의 일곱째 딸 바리데기가 그 주인공인 오구신, 집을 지키는 성주신, 집터를 지키는 지신,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주관하는 삼신(보통 삼신할멈이라고 한다) 등이다. 친숙한 이름이지 않은가? 이 친숙한 신들이 신이 되는 내력과 하는 일들을 이야기로 풀어쓴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는 어른아이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면 어른이 먼저 이 책을 읽고 나서 말로 이야기해 줄 것을 권한다. 예로부터 어른이 아이들에게 들려 준 '화롯가 이야기'는 이야기 문화의 꽃이었다면서, 우리가 본디 지니고 있었으나 요새 와서 사라져 가고 있는, 넉넉하고 푸근한 이야기 문화를 되살리는 지름길은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런 일들을 계기로 그리스로마신화가 서구의 문학과 예술 속에서 다양하게 등장하듯이 우리 신화의 주인공들도 우리가 창조하는 여러 예술작품 속에서 새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였으면 좋겠다.

마침 대구시교육청에서 공공도서관 이용자들과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여 이 책을 대구시민이 함께 읽을 '한 도시 한 책'으로 선정하였다.

시민들이 이 책을 나누어 읽으면서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문화의 원형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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