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낙엽길 너머엔 누가 있을까…女心 달래줄 '멋과 향'

입력 2010-10-16 07:17:29

단풍이 지고 거리에 낙엽이 쌓이면 여자는 가을과 사랑에 빠진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여자는 가을 속으로 들어가 가을을 음미하고 싶어한다. 커피향 가득한 카페에서 올드 팝을 듣거나 낙엽 진 벤치에 앉아 시를 읽으며 가을이 주는 시간과 공간 속으로 폭 빠져드는 것이 가을 여심이다.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여심을 달래줄 '멋과 향'을 소개한다.

# 멋 1, '낙엽길'

팔공CC삼거리~파계사네거리로 이어지는 12.2㎞ 팔공산순환도로는 대구를 대표하는 낙엽길이다. 대구시가 선정한 낙엽거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개발한 팔공산 올레길 코스에도 포함돼 있을 만큼 빼어난 정취를 자랑한다. 단풍나무와 왕벚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가을이면 선홍빛 물결이 넘쳐난다.

대구시가 매년 발표하는 '낙엽 있는 거리'에서도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대구시 선정 '낙엽 있는 거리'는 23개소, 46.35㎞에 달한다. 올해는 2개소를 더 추가해 이달 말쯤 발표할 예정이다. '낙엽 있는 거리'에서는 각기 다른 묘미가 있다. 거리별로 심어져 있는 가로수(단풍·중국단풍·은행·느티나무 등)가 달라 다양한 가을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단풍과 중국단풍나무의 붉은 자태는 공산댐~공산터널(1.5㎞), 두산오거리~수성관광호텔(0.5㎞), 서구청 동편~대평리시장(0.7㎞),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종각~조형분수(0.07㎞)에서 감상할 수 있다.

노란 은행나무길을 거닐고 싶다면 공산터널~백안삼거리~도학교(6.0㎞), 남명삼거리~대명6동주민센터(1.2㎞), 경북도청삼거리~대구체육관(0.3㎞), 경대 후문~복현오거리(1.5㎞), 범어네거리~두산오거리(3.1㎞)를 찾으면 된다.

울긋불긋 다양한 색깔로 물드는 느티나무는 파군재삼거리~파계사삼거리(6.8㎞), 운전면허시험장~구암중 앞 도로(1㎞), 월드컵삼거리~경기장입구(1.3㎞), 범안삼거리~경산시 경계(3.1㎞), 두류도서관~산마루휴게소(1.0㎞), 유니버시아드로(0.6㎞) 등지로 여심을 유혹하고도 남는다.

이 밖에 수성관광호텔~수성랜드(0.8㎞)의 왕벚나무, 성서2차단지 내 완충녹지(구삼성상용차부지 북편·0.6㎞)의 메타세쿼이아, 앞산 은적사~만수정~대성사(2.0㎞)의 참나무가 연출하는 가을의 향연은 여심을 매료시킨다.

팔공산 올레길도 추천할 만한 가을길이다. 시인의 길~돌집마당~방짜유기박물관~북지장사(왕복 1시간 30분~2시간)로 이어지는 1코스부터 공산초교~야산둘레길~자동차극장 씨네80~팔공산순환도로~수태골 등산로~수릉봉 산계~급행 1종점(편도 3시간 30분)까지 개장돼 있다. 팔공산 올레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www.dgcn.org, 053-985-8030)에서 얻을 수 있다.

# 멋 2, '문화공간'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에 있는 '시안미술관'은 가을을 닮은 곳이다. 파란 하늘과 푸른 잔디밭, 야외 조각작품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가을 풍경을 연출한다. '아주 맑은 하늘색'을 가리키는 '시안'(cyan)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여진 것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문화의 향기도 넘쳐 난다. 전시회가 상시 열리고 다양한 어린이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 가을이면 여심은 물론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구 가창~청도로 이어지는 길은 가을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다. 곳곳에 가을향 가득 머금은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어 가을의 감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구 가창에서 청도로 넘어가는 길은 헐티재 코스와 팔조령 코스 두 가지가 있다. 헐티재로 가는 코스는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일품이다. 가창댐으로 접어들면 가을색 완연한 길이 눈 앞에 펼쳐지고 이내 '동제미술관'과 '대구미술광장'이 나타난다. 헐티재를 넘어가면 '갤러리 전'이 드라이브객을 반긴다. 동제미술관·대구미술광장·갤리리 전에 들러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는 가을 여행길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꾸불꾸불한 산길이 싫다면 팔조령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팔조령 진입하기 직전에 'AA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실험적인 추상미술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노병렬 작가의 작품전이 다음달 13일까지 열리고 있다. 팔조령을 넘은 뒤 칠곡초교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동전같이 둥근 연못이 나온다. 연못 옆에 난 길을 따라가면 '아트갤러리 청담'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를 둘러본 뒤 2층 아트숍에 올라 차를 마시며 연못 풍경을 감상하는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 향, '차 한잔의 여유'

청도 각북면 남산1리에 위치한 전통찻집 '아자방'은 언제 찾아도 좋은 곳이지만 가을이면 더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야생화 석부작과 조각 작품들이 조화롭게 배치된 2천644㎡(800여 평)의 널찍한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은 속세의 시름을 잊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원 한쪽에 자리 잡은 정자나 연못가에서 가을 빛을 벗삼아 마시는 차 맛은 깊이와 풍미감에서 남다르다. 또 '아자방'으로 가는 길(대구~각북)에 만나는 가을 풍경은 목석 같은 사람의 마음도 흔들어 놓을 만큼 아름답다.

'아자방'은 제법 입소문이 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없고 특별히 홍보하지 않아도 한번 찾은 사람은 단골이 되기 때문이다. 찻집문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연다. 월요일은 휴무다. 헐티재~용천사~풍각 방면으로 가다 각북면사무소를 지나 남산교 건너기 전 우측에 있다.

팔공산 자락인 동구 백안동 백안삼거리 인근에 있는 전통찻집 '동주산방'은 차를 나누며 무겁지 않은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곳이다. 아담하지만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에는 철마다 각종 야생화들이 탐스럽게 피어나고 높은 단 위에 소박하게 올려진 단층 한옥은 은은한 멋을 전한다. 한옥에 올라 처마 끝에 걸린 파란 가을 하늘을 보며 마시는 한잔의 차는 세상의 근심을 덜어내기에 충분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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