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痛, 얼마나 심하기에 '행복전도사' 마저…

입력 2010-10-16 07:49:40

질병의 가짓수 만큼 다양한 고통의 세계

질병에 따르는 고통이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또 다른 질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육체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 \
질병에 따르는 고통이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또 다른 질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육체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 \'부서진 척추\'와 합성.

행복전도사 최윤희 씨의 자살이 연일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행복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생전에 입버릇처럼 행복과 희망을 강조했던 최 씨가 너무도 허망하게 세상을 하직해서다. 오랜 세월 대한민국의 당당한 아줌마와 엄마로서 좌절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던 그녀였지만 정작 자신의 슬픔과 고통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를 희망에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은 질병의 고통이었다. 최 씨가 남긴 유서에는 생전에 느낀 질병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는 '떠나는 글'이라는 유서에서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다"고 한 뒤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 본 분이라면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질병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으면 행복전도사까지 자살을 택했을까? 도대체 어느 정도였으면 700가지 고통이라 할까? 지난 5년간 자살한 사람 중 20% 이상이 최 씨처럼 육체적 질병에 따른 고통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될 만큼 고통은 상상 외로 큰 괴로움을 안겨준다. 차라리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견디기 힘든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국내에 6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통증을 병으로 보지 않고 증상으로만 생각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질병의 고통, 목숨까지 위협하다

행복전도사 최윤희 씨가 앓았던 '루푸스'란 난치성 질환을 갖고 있는 김정임(가명·45) 씨는 매일 잠자기 전 '아침에 눈을 뜨지 않도록 해달라'는 기도를 드린다. 통증이 심해 젓가락질조차 하기 힘들다. 머리가 아파 두통약을 먹다 보니 속이 쓰리고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해 전신의 무력감까지 느낀다. 응급실에 실려가는 날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질병의 고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정연욱(가명·34) 씨는 전신에 퍼진 암세포 때문에 매일 몽둥이로 맞은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 때로는 암세포가 신경을 누르면서 칼로 얼굴을 베는 듯한 통증이나 전기고문을 당하는 고통까지 겹쳐 차라리 자살을 선택하고 싶을 정도다. 최근에는 불면증까지 겹쳐 정 씨가 이겨내야 할 고통이 배나 커지고 있다. 정 씨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통증의 종류와 언제 어떤 고통과 맞닥뜨려야 하는지 하루하루 불안하다. 말기암이라는 사실보다 치료과정에서 오는 고통 때문에 치료 자체를 포기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질병에 따른 고통의 종류는 질병의 가짓수만큼이나 다양하다'는 최창동 통증클릭닉 원장은 "질병의 고통은 습관과 같아서 만성질환의 경우 병이 나아도 통증의 기억은 계속 남아 있다. 더구나 전반적인 통증에 대해 더 과하게 느끼게 하고 거기에 또다시 통증이 추가되면 하나의 통증을 두 배, 세 배 이상으로 느끼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고통을 설명한다.

◆질병의 고통은 또 다른 질병

그렇다면 죽을 만큼 힘든 통증은 치료가 불가능한 걸까? 방치할수록 치료가 힘들지만 길은 있다는 것이 통증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질병 자체에 대한 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질병에 따른 고통을 또 다른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고통을 줄이는 치료에 대한 의학계의 관심과 함께 치료법도 발전하고 있다.

통증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크게 수술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다.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약물치료. 암환자 등에게 많이 사용되며 국소 마취제 등을 이용한 통증치료도 있다.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창호 교수는 "통증치료에 사용되는 주사 요법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통증유발점에 주사하는 방법과 통증이 있는 신경에 마취제를 주사하는 방법, 척추 내에 마취제를 투입하는 방법, 무통분만 시 많이 사용하는 경막외마취 등이 있다"고 했다. 약물치료로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아예 통증을 느끼는 신경을 차단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통증을 느끼는 신경을 아예 절단하는 등의 방법이 동원된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정태영 홍보팀장은 "그동안 국내의료진들이 질병 자체에 대한 치료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환자의 고통을 더욱 키운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질병의 고통도 또 다른 질병이라는 시각이 의료계에 확산되면서 통증의 종류와 원인에 따라 고통을 줄이는 치료 방법들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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