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는 車까지…' 백화점 사은품·경품 행사

입력 2010-10-15 09:45:40

롯데 '세계 최초 경품' 2억4천만원 첨단車에 에베레스트 트레킹도

백화점들이 내거는 사은품 및 경품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파트, 고급 승용차 등을 통해 사행심리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많이 받아왔지만 요즘에는 그런 시각이 사라졌다. 최근 가을 세일을 시작한 한 백화점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색 제품들이 경품으로 나오는 세상이 된 것이다.

◆세계 최초 경품

롯데백화점은 올가을 세일 경품 주제를 "세계 최초 경품의 주인공을 찾습니다"로 정했다. 가장 파격적인 상품이 바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다. 공상과학소설에서나 존재할 것 같았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 하지만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칼 디트리히 박사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 '트랜지션'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트랜지션은 지난해 7월 미국 연방항공청에 경비행기 승인을 받았지만, 날개만 접으면 자동차로 변신 가능하다. 2인승으로 자동차에서 비행기로 변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가격은 현재 환율로 환산했을 때 2억4천만원 수준으로 경품에 당첨된 고객은 2014년 말쯤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 트랜지션 관련 법규가 없지만 수령할 때쯤엔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이 각종 등록 절차와 항공 면허 취득을 위한 교육 등 제반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은 이 외에도 다양한 '세계 최초' 경품을 내놨다. 5.6㎏ 황금 거북선, 서울 양천구 신월동 소재 롯데캐슬 아파트(전용면적 84㎡),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트레킹, 롯데부여 리조트 콘도 분양권(스위트룸 98.86㎡) 등을 선보인 것.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경품에 대해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1일부터 지금까지 14일 동안 대구점과 상인점에서만 모두 7만 명의 고객이 경품에 응모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세일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경품 응모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롯데 창립 3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우주여행권'을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감도훈 영업총괄팀장은 "경품이나 사은품은 일반적으로 상품권이나 생활용품으로 정하지만, 이제는 고객의 참여도를 높이고 흥미를 유발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행사로 마련된다"며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아졌고 고객들의 수준도 크게 향상됐기 때문에 앞으로 이색경품 행사를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은품·경품의 변천사

사은품·경품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백화점이 본점 개점을 기념해 1969년 12월 26일부터 이듬해 2월 5일까지 500원 구매 때 플라스틱 용기를 사은품으로 증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1970년 12월부터 1971년 2월까지 진행된 개점 1주년 경품행사는 당시 영남 TV를 통해 추첨식이 생중계됐다. 당시 특등 1명에게는 코티나 승용차(포드 제휴상품) 1대가 지급됐으며, 1등 1명에게는 기아마스터 삼륜차 1대, 피아노, 전축 등을 포함해 3천300명에게 푸짐한 경품을 증정해 지역사회에 엄청난 이슈를 만들었다.

1960년대 사은행사를 보면 가정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구하기 힘들었던 설탕, 버터, 비누 같은 생필품이 애용됐다. 1970년대엔 종류가 다양해졌다. 복주머니, 이쑤시개는 물론 크레파스, 세숫대야, 볼펜 등이 등장했다. 이때는 물가가 오른 만큼 1천원 이상을 사야 사은품을 지급했다.

롯데백화점은 1980년 11월 창립 1주년 행사에서 5천 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롯데껌을 준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2주년에는 연필깎이, 4주년 때는 2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쟁반 1개, 1985년 6주년 때는 3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두 개짜리 접시세트를 증정하면서 사은품을 받기 위한 구매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갔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은품은 고객 유치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당연히 사은품의 수준도 높아졌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이불, 냄비, 프라이팬 등 생활용품이 각광받았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중소기업의 무명 브랜드 제품보다는 대기업 브랜드의 청소기나 가습기 등이 사은품으로 지급됐다.

2000년대 등장한 백화점 상품권은 단골 사은품이다. 여가활동이 활발해지는 시대상을 반영해 스키캠프 이용권, 호텔 이용권도 인기를 모았다. 문화생활에 눈뜬 고객들에게 나훈아 디너쇼 티켓이나 뮤지컬 티켓이 인기를 끈 것도 이 무렵이다.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3년 하반기부터는 아로마 샴푸와 참숯 비누, 극세사 타월, 올리브 오일 등 사은품도 웰빙 제품 일색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다시 서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활용품으로 사은품이 회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백화점 경품으로 자주 애용되는 것은 아파트와 자동차, 해외여행권 등이다. 하지만 각종 아이디어 상품도 눈에 띈다. 대구백화점은 2003년 말티즈, 시즈, 스패니얼, 슈나우저 등 총 20마리의 애완견을 경품으로 증정해 호응을 얻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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