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하게 사업 벌이다 파산한 日 유바리시 교훈 잊었는가?

입력 2010-10-15 07:57:00

남 따라하다간 실패 전철 밟아…차별성으로 기회 찾아야

시리즈 마지막 편을 우울한 분위기로 끝내는 것이 영 마뜩잖다. 밝고 활기찬 미래를 그려보는 것이 모양새 측면에서 훨씬 낫다. 그렇더라도 할 얘기는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대구경북의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에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의 입지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지역의 각종 경제지표는 바닥권으로 내려앉고 있다. 대구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동구에 첨단의료복합단지, 달성군에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해 놓았다지만 내용물을 제대로 채우려니 막막하기 짝이 없다. 차별적인 메리트가 없는데 대구까지 내려올 대기업이 있겠는가. 현재로선 대구시가 한바탕 벌여놓은 '전시성 유치행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막상 만들어놓고 보니 후속대책이 없고, 어찌해 보려 해도 차별성 없는 주변여건 때문에 헛발질만 계속할 수밖에 없다. 정부로부터 '큰 선물'이라고 얻은 듯하지만 받고 보니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아예 실속 있는 '작은 선물'을 여러 번 받는 것이 더 좋을 뻔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전략 부재 때문이다. 여건과 환경이 다른데도 남들이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하다 보니 이런 결과를 빚은 것이다. 남들이 할 수 없는 것,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차별성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보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오래된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백화점식으로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고 남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던 곳은 재정파탄이 났고,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장기적으로 투자한 곳은 오히려 인구가 늘고 재정상태도 건전해졌다.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는 탄광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변신하겠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 3년 전 파산했다. 돈을 빌려 호텔, 테마파크, 리조트 등을 대규모로 지었는데 관광객이 줄어들자 도시 전체가 망해버렸다. 결국 관광도시가 아니라 '파산도시'로 이름을 얻었고 주민들은 복지혜택 축소, 세금 부담 증가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일본 지자체 가운데 테마파크, 리조트 등에 투자했다가 수익을 못 내고 재정파탄 직전에 놓인 곳도 여럿이다.

같은 홋카이도에 있는 아사이카와(旭川)시는 동물원 하나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곳이다. 아사이야마(旭山)동물원은 직원들의 창의적인 노력에 의해 전국적인 명소로 발돋움했으며 관광객 증가와 1년에 240억엔(3천338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동물원은 돈을 많이 들였다거나 획기적으로 시설물을 바꾼 곳이 아니다. 관람객의 눈높이와 편리함에 맞춰 동물을 전시하는 것뿐이었다. 참신한 발상과 사고를 갖고 있다면 사소한 것이라도 얼마든지 크고 훌륭한 것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테(伊達)시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퇴직자 유치에 나서 성공을 거둔 경우다. 이곳도 한때는 관광도시를 꿈꾸며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웠고 일부 투자하기도 했으나 곧 포기하고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날씨가 좋고 정주여건이 뛰어난 점을 최대한 살려 퇴직자 이주정책을 지속적으로 벌인 결과,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 브랜드 가치는 훨씬 높아졌다.

이들 도시의 사례에서 보듯 발전과 쇠퇴의 갈림길은 오직 하나였다. 자신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곳은 발전하고, 남의 것을 무분별하게 따라하던 곳은 쇠퇴했다.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특장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창의성과 차별성을 갖고 정책을 펼쳐나간다면 얼마든지 발전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박병선·이재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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