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y & Leah의 좌충우돌 온누리 탐험기] (7) 인도에 사는 사람들

입력 2010-10-13 07:07:46

취업 네팔인'망명 티베트인…12억 인구 속 당당히 한자리

인도를 여행한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질렸다. 다시는 안 간다.' 혹은 '반했다. 꼭 다시 찾겠다.' 중의 하나이다. 중간을 찾아보기 힘든 '극과 극'의 결과인데, 그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2억 인구 대국에 별의별 인간 군상이 있을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나미 떨어지는 속임수'성희롱

인도인은 속임수의 달인이다. 인도에 도착하는 순간 릭샤 왈라(우리말로 치자면 '기사' 정도)는 요금을 속이려 든다. 숙소 주인도 방값을 일단 비싸게 불러본다. 기념품 가게에서도 흥정을 감안해 가격을 제시한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 사람을 은근히 지치게 한다. 인도인들조차도 "다른 인도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들리는 호객 행위도 성가시기만 하다. 오토릭샤 왈라들은 5분이 멀다고 멈춰 서서는 "릭샤 탈 거냐?"고 묻는다. 가게 주인들은 "물건 한번 보세요. 보는 것은 공짜!"라는 소리로 사람을 기겁하게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1주일이 되든 2주일이 되든 똑같은 얘기를 반복한다. 전혀 포기하는 기색이 없다. 아무런 응대를 하지 않아도 소용이 없는 것이 가게 앞을 지나가기를 두렵게 만든다. 여성들은 인도 남자들의 성희롱에 식겁한다. 버스나 메트로 같이 복잡한 곳에선 음흉한 인도 남자들의 손길이 여성의 몸을 노린다. 깜짝 놀라 돌아보면 넘치는 인파 속에 누가 그랬는지 짚어내기도 쉽지 않다. 맥클러드 간즈(맥간)에서 만난 마리온이라는 프랑스 여성은 얼마나 호되게 당했는지 이에 대한 불평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뉴델리 빠하르 간즈의 S호텔에 묵은 한국인 여성은 고장난 창문 틈으로 엿보는 인도 남성들 때문에 기겁을 해 다음 날 바로 짐을 싸서 귀국했다는 끔찍한 경험담을 인터넷 카페에 털어놓기도 했다. 일본 여성 배낭여행객이 릭샤 왈라에 납치돼 집단 강간을 당한 사건이 신문에 보도될 정도로 인도 남성들은 경계의 대상이다.

◆긍정의 메시지 전달자들

이러한 부정적인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인도인들은 인도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여전히 좋은 기억을 선사한다. 우리가 맥간을 떠난 뒤에 만난 인도인들도 대부분 이런 축에 속했다. 그들은 길을 묻는 여행객을 위해 직접 안내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잔돈이 부족할 경우는 대신 내 주는 신사, 자신이 먹는 것 일부를 건네는 숙녀들도 많았다. 얼굴 가득 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생면부지의 외국인을 기꺼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이에 응했을 때는 신을 접대하듯 부담스러울 정도로 성심성의를 다하는 것이 바로 인도인들이었다. 커다란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북부인이든 남부인이든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나라'가 인도라더니 인도인들도 정녕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은 족속이었다.

지역색과 종교색도 '인도인들은 이렇다' 쉽게 말할 수 없게 한다. 펀자브(Punjab) 지방에 주로 거주하고 있는 시크(Sikh)교인들이 대표적인 예. '비행기에서 끝내는 신 인도, 인도인 이야기'(원형진 지음)라는 책에는 가난한 시크교 릭샤 왈라가 한국인 손님이 두고 내린 현금 가방을 열어보지도 않고 돌려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때 기사가 한 말이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더라도 정직하게 살라고 배웠다"는 거다. 그 덕에 시크교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선 '속을 일이 없다'라는 생각에 맘이 편안해진 경우가 많다.

◆인도 안의 소수집단

인도는 인도인만의 나라가 아니다. 인도 사회에는 네팔인과 티베트인 등이 소수집단을 형성해 살아가고 있다. 맥간이나 박수처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는 이들이 운영하거나 일하는 가게를 많이 볼 수 있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자란 이들은 가끔은 '판박이'다 싶을 정도로 비슷한 생김새를 풍긴다. 다만, 네팔인들은 출신지역에 따라 외모가 우리와 비슷한 티베트계에 가깝기도 하고, 까무잡잡한 피부의 인도계에 가깝기도 하다.

네팔인들은 자국 내에 일자리가 많지 않은 관계로 인도로 건너와 생계를 꾸린다. 그들에게 들으니 특별한 비자 없이도 돈을 벌 수 있단다. 인도에서 번 돈으로 본국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입장이라 그런지 인도인들보다 더욱 열심히 일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업을 해도 꽤 정직하게 하는 민족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티베트인들은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중국에서 망명해 자리를 잡아 살아가고 있는 경우이다. 이들은 맥간 이외 잠무&카시미르나 웨스트 벵골 지역은 물론 남인도 전역에 둥지를 틀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 내 소수집단 중 특이한 것이 '히즈라'(hijra)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처럼 꾸미고 행동을 하는 '제 3의 성(性)'이다. 이들의 주요 수입원의 하나는 '강제징수'에 가까운 구걸이다. 집집마다, 혹은 길거리를 다니며 만나는 누구에게나 돈을 요구한다. 10루피라도 쥐여서 보내지 않으면 큰 난리가 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나도 인도여행 중 딱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제대로 성 전환을 한 것도 아니다 보니 화장이나 옷차림만 아니라면 여전히 남자로 보이는 외모라 꽤 어색했던 기억이다. 당시 때마침 지갑을 차 안에 놔두고 온 지라 허겁지겁 차까지 가서 10루피를 꺼내 돌아서는데 바로 코앞까지 따라온 상태였다. 그리고는 내 손에 쥐여진 지폐를 낚아채고는 아무 말도 없이 갈 길을 가 버렸다. 정말 '인크레더블'(Incre dible)한 인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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