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경미(37·여) 씨는 '본전'만 찾길 고대하던 주식형펀드의 환매를 미뤘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넘으면서 원금을 회복했지만 주가가 더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은행 정기예금에 묶어뒀던 여윳돈을 더 투자할지도 고민 중이다. 이 씨는 "3년 전 코스피지수가 2,000선까지 올랐던 당시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 환매를 미루고 주가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며 "목돈을 더 투자할지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 돌파를 목전에 두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과감하게 본전을 찾기에는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고, 새로 투자를 시작하기에는 주가가 너무 높다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둘러 펀드를 환매하기보다는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고, 위험이 큰 거치식보다는 적립식 투자나 분할 매수가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주춤하는 펀드 환매
주가가 연일 최고치로 치달으면서 펀드 환매세도 다소 주춤한 양상이다. 그동안 펀드 환매는 지수가 오를 때마다 급증하며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주가가 1,800선을 넘어 거침없이 1,900선으로 치달으면서 환매 물량이 줄고, 오히려 신규 설정액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넘은 지난달 10일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는 13일 5천342억원, 14일 4천15억원, 15일 3천79억원 등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1,800선에 안착한 17일에는 901억원, 20일 287억원, 27일 181억원 등 환매세가 크게 줄었다. 주가가 1,855.97포인트로 다소 주춤했던 28일에는 1천345억원 유출됐다. 코스피지수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투자금을 되찾기보다는 '일단 지켜보자'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펀드 환매세는 주춤한 반면, 신규 설정액은 오히려 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의 일별 설정액(신규 가입)은 지난달 15일까지만 해도 1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16일 1천117억원을 기록하더니 27일에는 1천879억원까지 증가했다. 28일 신규 설정된 금액은 2천149억원으로 9월 들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1,900에 가까이 갈수록 펀드 환매도 주춤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경험상 주가 상승 초기에는 펀드 환매가 몰리지만 상승세가 강해지면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 게다가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매는 자제, 지수와 상관없이 적립식으로
전문가들은 펀드를 서둘러 환매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지수에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는 기존 투자 계획대로 환매를 하거나 일단 투자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 특히 국내 증시의 강세로 전체 주가가 순환적으로 상승하는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면서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유행했던 랩 어카운트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고, 아직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점도 보유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그러나 지수 상승폭이 큰 만큼 신규 투자에 뛰어드는 일은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돌파한 이후의 상승 동력이 불투명해 장세를 지켜보며 우량 펀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적립식펀드에 투자하던 기존 투자자들은 투자금 납입을 계속하고 목돈일 경우 장세에 따라 분할 매수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격 매수나 장기 투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승우 대구은행 본점PB센터 팀장은 "현재 지수대가 신규로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인 만큼 투자 기간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좋다"며 "노후 대비나 자녀 교육비 등 장기적인 투자 목적이라면 적립식으로 투자를 하고, 목돈이라면 분할 매수를 하되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추가 매수를 하면서 2, 3년 이내로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환매를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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