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들여다 보기] 내 맘대로 베스트10 - (3) 형제는 용감했다

입력 2010-09-30 14:02:27

진지한 내용'넘치는 다양한 유머의 화합을 통해 관객들 웃음'감동 동시에

◆창작뮤지컬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다

창작뮤지컬 는 '신선한 소재와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다. 사랑을 소재로 한 뮤지컬들이 대부분이었던 국내 뮤지컬계에 점점 잊혀가는 종갓집을 소재로 한 작품의 등장은 새로운 시도로 주목할 만했다. 전통적인 종갓집, 그것도 장례식이라는 소재만 보면 작품이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정교한 복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조연들의 연기, 그리고 요소요소에 숨어있는 코믹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뤄 보수적인 종갓집 이미지를 해학적으로 잘 풀어냈다. 또한 전통 음악에서 팝, 힙합, 발라드, 라틴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쉬운 멜로디의 중독성 강한 음악과 비보잉 등 코믹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안무도 뮤지컬의 재미를 더해준다.

부자간, 형제간의 연을 끊고 지내던 두 형제가 아버지의 부고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와 장례식장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뼈대 있는 집안인 안동 이씨 종갓집의 장례식 준비 장면으로 공연이 시작되는데 무능하지만 정이 많은 종갓집 종손 석봉과 똑똑하지만 까칠한 성격의 동생 주봉은 상(喪)중에도 티격태격 다투기만 한다. 친척들은 형제들에게 귀신이야기로 겁을 주고, 한 밤 중에 두 형제 사이에 등장한 묘령의 여인 오로라는 아버지가 숨겨놓은 '1등 당첨된 로또'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아버지의 유산인 로또와 미모의 여인을 차지하기 위한 두 형제의 좌충우돌 유산 찾기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 작품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진 전통 종갓집의 문화적인 요소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통 창호를 활용한 무대 셋트와 무대 가운데 차려진 제사상, 종갓집을 상징하는 우물, 장독대 등 무대부터 전통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나이 어린 종손을 손윗사람으로 깍듯이 대하는 종갓집 사람들의 일상과 말투, 전통적인 장례식 장면, 종갓집 맏며느리의 고충 등이 무대 위에서 재연된다. 이처럼 무대나 내용에서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장유정 작가의 시댁이 안동 종갓집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소극장 뮤지컬에서 중극장 뮤지컬로

의 제작사 PMC프로덕션이 제작하고 한국 창작뮤지컬의 명콤비로 불리는 장유정 작가와 장소영 작곡가가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두 사람은 , 등에서도 찰떡궁합임을 과시한 바 있고 장유정 작가는 직접 연출까지 맡아 특유의 재치를 보여준다. 2008년 3월 PMC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매년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창작뮤지컬이다. 소극장 무대에서 시작해서 2008년 12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2009년 5월 코엑스 아티움으로 무대를 옮기며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쳐 중극장 뮤지컬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파란만장한 형제들의 순박한 이야기를 다룬 이 뮤지컬은 그동안 정준하, 정성화, 이지훈, 홍록기, 온유, 송용진 등 TV와 뮤지컬계의 스타들이 이 작품을 거쳐 갔고 '2008 대한민국 국회대상' 뮤지컬 부문과 '2009 제 3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작사, 작곡과 극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뮤지컬 는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라는 세대 간의 화합과 서로 으르렁대던 형제간의 화합, 그리고 진지한 내용과 공감대 넘치는 유머의 화합 등 다양한 화합의 장을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준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화시킨 는 다양한 연령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필자도 이 작품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부모님께도 한번 보여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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