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천궁(川芎)

입력 2010-09-30 14:05:34

생리통·자궁근종·산전산후 등 부인과 질환·두통에 효과

봄이나 가을철에 강원도, 경북 북부의 산간지역이나 울릉도를 여행하다 보면 기분 좋으면서 친숙한 한약향이 코를 자극한다. 다름 아닌 뿌리를 한약재로 사용하는 천궁이다. 기온이 30℃가 넘지 않는 산간지방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강한 방향성이 있다.

천궁은 녹색의 줄기와 잎에 하얀색의 꽃이 피고 뿌리는 토란과 비슷하며 키는 보통 30~60㎝로 가물지 않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서 잘 자란다. 산촌에서는 천궁의 강한 향을 뱀이 싫어한다 하여 집안에 심기도 한다.

천궁은 미나리과에 속한 다년생 초본으로 고원지대에서 재배한 것은 소만(小滿) 이후에, 산지에서 재배한 것은 가을에 뿌리를 채취하여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은 후 말리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말린 후 약재로 사용한다.

약재로 사용되는 천궁은 크게 세 종류가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미나리과의 천궁을 기원식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종은 근세기 일본을 통하여 도입되어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일천궁(日川芎)이라 불린다. 그리고 한반도 산간에서 자생하는 천궁을 토천궁(土川芎)이라 부른다. 또한 중국과 대만에서는 같은 미나리과의 천궁을 기원식물로 규정하고 있으며, 당천궁(唐川芎)이라 불린다.

한의학적으로 천궁(川芎)의 성질은 따뜻하며, 매운 맛이 나서 인체의 상하좌우로 기혈(氣血)을 소통시키는 작용이 있다. 그래서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하고 기의 순행을 잘되게 하는 효능과 풍을 쫓고 통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천궁이 기혈을 소통시키는 힘은 위로는 머리의 정수리 부위까지로 평소 두통, 어지럼증, 빈혈 등의 두부질환에 많이 사용된다. 아래로는 하복부의 혈해(血海'자궁)에 도달하여 생리통, 생리불순, 생리불통, 자궁근종, 산전산후 등에 상용되는 약물이다. 또한 사지와 흉복부로도 작용하는 힘이 있어 사지 관절통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가슴과 옆구리가 답답하고 아픈 증상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으며, 찬 기운으로 인한 감기에 사용된다. 그리고 타박상이나 염좌 등으로 어혈이 정체된 것을 풀어주는 동시에 통증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약리학적으로 천궁에는 휘발성 정유(精油) 성분을 1~2% 함유하고 있다. 정유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대뇌활동을 억제시키는 진정작용이 있으며 카페인의 흥분작용에 길항하고, 관상동맥과 말초혈관을 확장하여 심근과 하지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혈압을 내리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진통, 진경작용과 평활근의 이완작용이 있어 위장관의 경련이나 임신자궁의 수축과 경련을 억제시키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정유 성분 중 크니딜리드(cnidilide) 등은 천궁의 고유한 냄새 성분으로 점막충혈 작용이 있으며, 페루릭산(ferulic acid)은 피부를 산화작용의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고 염증을 줄이며 콜라겐의 파괴를 막아 피부의 노화현상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천궁은 부인과 질환이나 두통에 다용되는 한약재지만 정유 성분 때문에 너무 많이 복용하면 오히려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기가 허할 때 오랫동안 복용하면 기를 흩어버리므로 장기 복용은 좋지 않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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