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니 손맛, 칼국수로 달래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더러 있다. 그 가운데서도 사람들은 칼국수를 가장 먼저 꼽는다. 뜨끈한 국물에 쫄깃쫄깃한 면발을 몇 차례 입 안에 넣으면 이내 속은 든든해진다. 어디 비 오는 날뿐이랴. 더운 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것이 칼국수다. 대구시교육청 홍보담당관실 직원들은 20년 가까이 인근 직장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칼국숫집 '본정'(구 본진)을 '강력 추천'했다.
시교육청 맞은편에 자리한 이 음식점은 올해 3월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이름을 본정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칼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본진으로 통한다. 20년의 전통을 가진 이름이기 때문.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 시간 때 이곳을 찾으면 칼국수 외에 주문하는 것이 있다. 문어와 돼지고기가 섞인 수육이다. 특히 문어 수육은 문어전문집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맛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이곳은 칼국숫집인데도 '문어 맛있는 집'으로 더 유명할 정도다.
최복향(57'여) 사장은 안줏거리로 돼지 수육만 하면 단조로울 것 같아 문어 수육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이 의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문어는 삼천포에서 매일 아침 활어차에 실려 싱싱한 상태로 배달된다. 최 사장은 "배달이 되면 곧바로 삶는데 자연산이라 일반 냉동 문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있다"고 말했다. 이 집 문어는 언제나 최 사장의 몫이다. 문어의 경우 얇고 일정하게 썰어야 맛있는데 그러한 기술이 쉽잖다고 한다.
이 집 문어의 맛을 돋우는 데는 이 집 특유의 문어장도 한몫한다. 일반적으로 문어 수육에 따라나오는 초고추장이나 간장이 아니다. 안동식 양념장으로 마늘 다대기와 고추 다진 것, 고춧가루, 깨소금, 간장 등을 섞어 맛이 칼칼하면서도 톡 쏜다. 이 양념장은 문어 수육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문어 수육이 끝도 없이 입 안에 들어가게 한다. 최미경(32'여) 주무관은 "이 집에서 문어를 맛본 뒤 문어 수육을 좋아하게 됐다"며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쫄깃하면서 감칠맛이 나 자꾸 입맛이 당긴다"고 말했다.
이 집 칼국수는 정통 방식을 고수한다. 멸치를 우려낸 육수에 면을 삶는 방식은 일반 칼국수와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칼국수에 들어가는 면의 색깔이다. 누런빛의 면에 까무잡잡한 면이 섞여 있다. 이는 밀가루에 까만 콩가루와 노란 콩가루를 각각 넣고 뽑은 면을 섞기 때문이다. 최사장은 "정통 국수를 만들면서 뭔가 우리 집만의 색깔을 내고 싶어 색깔이 다른 두 면을 섞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시각적으로 맛깔스럽게 보인다. 대구 시내 칼국수 맛있다는 집은 다 가볼 만큼 칼국수 마니아인 권정수(46) 주무관은 "다른 칼국숫집 면은 밀가루 냄새가 좀 나는데 이곳은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옛날 어머니가 홍두깨로 밀고 칼로 썰어 만든 전통 칼국수와 맛이 똑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돼지 수육은 항상 노린내가 나지 않는 국산 암퇘지를 고집한다. 고령공판장에서 고기를 사와 2, 3개월 고기를 삶은 육수에 계속 고기를 삶는다. 겉절이 하나도 남다르다. 큼직한 단지에 나오는 겉절이의 재료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다. 최 사장은 "고랭지 배추를 사용해야 무르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난다"고 했다.
칼국수 4천원, 문어수육'돼지수육'모듬수육(문어+돼지) 소(小) 1만3천원, 중(中) 1만8천원, 대(大) 2만5천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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