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중국책 읽기] 중일 조어도분쟁의 자초지종

입력 2010-09-30 08:11:22

『조어도정명 釣魚島正名』쥐더위엔(鞠德源/昆侖出版社,2006

조어도(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게임이 한창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조어도 해역에서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한 척이 일본 순시선의 검색 요구에 불응하고 도주하다가 일본 순시선과 충돌한 것입니다. 이에 일본 측은 중국 어선이 불법으로 자국의 해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해당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선장과 선원들을 구금했습니다. 중국 측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구금된 선장과 선원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고 조어도가 중국의 영토임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일본 당국이 이에 불응하자 중국 정부는 희토석의 일본 수출 금지를 비롯한 경제제재를 천명했고 민간에서도 반일 감정이 고조되었습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였던 중국인들이 무더기로 예약을 취소하는 사태로 발전하였습니다. 결국 일본 정부는 백기 투항을 하고 중국인 선장을 귀환시켰습니다.

그로써 사건은 중국의 승리로 일단락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선장 석방에 만족하지 않고 2차 공세를 전개했습니다. 자국 어선을 나포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한 것입니다. 중국 해역에서 조업하고 있는 중국 어선을 일본이 불법 나포했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한 일본의 반응도 즉각적이었습니다. 절대 응할 수 없다고 단언한 것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의 본질은 '조어도 영유권' 문제입니다. 더 이상의 양보는 조어도 영유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 표현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어도 영유권 문제는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안입니다. 쥐더위엔의 『조어도정명』(곤륜출판사, 2006)에 보면 분쟁화된 과정들이 소상히 적혀 있습니다. 중국의 주장과 증거들도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청일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조어도가 소재한 동중국해는 중국의 영역이었습니다. 청일 전쟁에서 중국이 패전한 이후 오키나와에서 대만에 이르는 해역과 도서 전체가 일본의 수중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 후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패망하였지만 미국의 개입으로 중국에 온전히 반환되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일본이 조어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어도 영유권 분쟁은 중일 간의 영토 게임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미 간의 힘겨루기 게임인 것입니다.

이정태<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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